예술가로 산다는 것

너는 직업이 뭐야? 그래서 무슨 일을 한다고?

by 정민희

예술가로 산다는 것

너는 직업이 뭐야? 그래서 무슨 일을 한다고?




“그래서 직업이 뭔데?”

계속해서 나를 알고 지낸 지인이 아니고 새로 만난 사람들에게 나의 직업에 대해 소개하기 애매했다. 돈은 다른 일로 벌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하는 것은 미술이다. 그것도 순수미술.


“미술? 그럼 그림 그려?”

“아니 나 설치 작업해.”

“그게 뭔데?”

“아.. 그게 뭐냐면..”

여기서부터 말문이 막힌다. 설치작업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현대미술이 무엇인지 관심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럼 조각하는 거야?”

“아니 조각은 아니고..”

설명을 하려다가 이해를 해보려다가 설명을 해도 이해가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는 그냥 넘어간다.


"어쨌든 너는 미술 하는 사람이라는 거지? 알겠어. “

언제나 이런 식이다. 두리뭉실하다. 여기서 돈 버는 이야기로 가면 핵심은 더 멀어져 간다.


“근데 돈은 그럼 작품을 팔아서 버는 거야?”


설치 작업을 주로 하던 나는 단 한 번도 작품을 팔아본 적이 없다. 아트 페이라는 개념의 작업비는 받아봤다. 그것도 20만 원이었지만. 그 20만 원도 못 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리고 나라에서 진행하는 개인전 지원사업에도 지원해서 작품 지원비를 받아봤지만 이건 작품을 팔고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활동계획서를 작성해서 내 작업에 대한 재료비를 받는 거다. 대관료나 재료비 인쇄비 등등. 그래서 이것들을 제하고 나면 정작 미술 노동을 한 나에게 돌아오는 돈은 없다. 작가가 작업을 하는 시간에 대한 돈을 받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어릴 적엔 멋모르고 그래 나는 열정이 있으니까. 라면서 열정 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들을 많이 했다.


그래도 그때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아마 분명 좋은 미래가 있을 거야 라는 생각에. 생각해 보면 우리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 중 계속 미술작업을 하며 작가로 살아가는 이들은 극 소수인데 거기다 설치 작업을 하는 사람은 더 극소수다. 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한참 그 안에 심취해서 스스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몰랐다. 사회적 시선이 결국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눈을 가리고 지내는 한동안은 행복했고 즐거웠다. 지역을 따지지 않고 내가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어디든 갔다. 이게 바로 열정 페이였다. 결국 나는 전시장을 꾸며주는 여러 작가들 중 하나인 들러리 역할이었는데 그걸 몰랐다.


맨 처음 전시는 삼청동에서 돈을 내고 했던 3인 전 기획 전시였다. 학부생 졸업전시를 하고 나면 이런저런 갤러리 들에서 신진작가전을 하자고 연락이 온다. 그중 몇몇 곳은 돈을 내고 전시에 참여하라고 제안한다. 아무도 내게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 돈을 내고 전시하는 것이 안 좋은 일이라는 것을. 사실 이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대학원을 가고 교수님께 삼청동 어딘가의 갤러리에서 돈을 내고 전시를 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그 찌푸린 인상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왜 그런 전시를 했느냐는 타박이 돌아왔다. 물론 내가 돈이 많고 여유가 되고 한다면 그냥 근사한 갤러리를 내 돈 주고 대관해서 전시해버리면 그만이지만 나는 그럴 돈이 없다. 그리고 예술한다는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그런 돈은 없다.


웃기게도 이쪽에서 저쪽을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인사동 갤러리 같은 대관전시는 고상한 취미를 가진 돈 많은 작가들.이라는 약간의 비아냥이 섞인 듯한 뉘앙스가 있다. 작업을 하는 동안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급이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위 그들이 얘기하는 이런 작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비엔날레 같은 근사한 작가가 아니야.라는 의미가 내포되어있었다. 그 편견은 지금도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소위 근사한 비엔날레 작가가 되고 싶어 설치 작업을 했다. 그럴듯한 작가가 나도 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작업하던 것들은 모두 버렸다. 이리저리 이사를 하다 보니 작업들은 어느 순간 불필요한 짐덩이가 되어버렸고 나는 지쳐있었다.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한 나는 그대로 미술을 그만두었다. 이런 더러운 작가 생활 두 번 다신 안 할 거야.라고 생각을 하며 모든 것을 버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작업이 하고 싶고 먼길을 돌고 돌아 다시 이곳에 와있다. 대체 나는 뭐가 하고 싶은 걸까? 모든 것을 걷어내고 보니 나는 그냥 그림이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표현해 내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다. 작품에 담긴 의미 같은 건 여전히 모르겠다. 언젠가 핀터레스트에서 봤던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처럼 나도 그렇게 나이가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시 그림을 그리려고 마음을 먹었다. 학부생 몇 년을 방황하며 비엔날레 작가가 되고 싶어 하던 허상을 깨고 그냥 내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여전히 예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들이 말하는 그럴듯해 보이는 예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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