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른일곱입니다.

by 정민희

안녕하세요. 서른일곱입니다.




요즘엔 내 나이를 소개할 일이 별로 없다.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는 일도 없고 매일 반복적인 하루를 보내고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나이 소개할 일이 없다. 문득 서로의 나이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는 정도?


"네가 벌써 서른일곱이야??!!!"


내 나이 서른일곱. 가끔이지만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여전히 하고 있기도 하다. 지나간 인생을 곱씹어 보는 버릇이 있다. 1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살엔 회화과 입학. 21살 휴학, 나 홀로 첫 유럽여행. 25살 대학교 졸업. 26살 6개월 유럽여행. 30살 부산 레지던시, 첫 개인전. 32살 개인 작업실, 식물 가게 시작. 33살 번아웃 아이돌. 34살 35살 아이돌 그리고 회사. 36살 방황.


20대에는 그야말로 찬란하고 아름답게 보냈다. 모두의 이십 대는 그럴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또 무언가 하려고 해도 새로 시작하기 쉽고 예쁜 나이. 흔히 청춘이라고 부르는 나이. 삼십 대 초반도 그랬다. 미술계에서 청년작가는 보통 삼십 대에서 사십 대 사이를 지칭한다. 나도 서른이 되었을 때 첫 개인전을 했다. 이십 대 후반 나름 왕성하게 활동을 했다. 당시 내 주변 작가들은 대부분 삼십 대 중반 혹은 마흔 언저리였다.


그들을 보며 의아했던 점이 하나 있다. 내 눈으로 보기에 그들은 이미 자리를 잡은 것 같은 작가들인데 왜 계속 불안해하고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할까? 내가 그들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다. 사는 건 누구나 다 불안하다. 특히나 미술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안정적인 월급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불안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일정한 돈이 주는 안정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첫 개인전을 하고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미술작업이 하고 싶어졌다. 어쩌면 나는 평생 이렇게 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들이 이십 대 후반인 나에게 자주 해주던 인생의 충고 같은 말이 있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미술계를 떠나.”

“아직 삼십 대가 되기 전이니 다른 길 갈 거면 지금이야.”


내가 삼십 대가 되었을 때도 여전히 그들은 같은 얘기를 했다. 삼십 대 초반에 가장 많이 다른 진로를 선택하니 너도 빨리 다른 진로를 생각하라고. 미술인의 길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작업하는 시간과 별개로 돈 버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때까지도 몰랐다. 순진했다고 하기엔 모르는 게 너무 많은 멍청이였다. 경제개념이 전혀 없었던 거다. 그러다 결국 번아웃이 왔고 돌고 돌아 나는 지금 이렇게 다시 여기로 와있다.

어느덧 서른일곱이 되었고 미술을 하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회사에 들어갔던 나는 다시 미술이, 작업이 하고 싶어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다. 여전히 경제개념이 없고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나는 그냥 작업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