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래 흥얼거리기가 생각보다 중요한 이유

by 레나팍

새해 첫날, 밥을 먹다가 6살 딸이 말했다.


- 엄마, 나 유치원에 있을 때 자꾸 노래 부르고 싶어 져. 자유놀이 할 때.


- 노래 부르면 되지^^ 어떤 노래?


그러자 밥 먹다 말고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즉석으로 작곡한 것 같은데 은근히 듣기 좋았다. '따라라라~~ 따라라~~' 클래식과 캐럴이 섞인 노래였다. 그러더니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더해 노래와 춤을 추고는 짧은 퍼포먼스가 끝나자 다시 앉아서 밥을 먹었다. 나는 그 모습이 예뻐서 마냥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날 저녁, 이미 늦은 밤이라 아이를 재우기에 여념이 없는데 잠들려던 아이가 얘기한다


- 엄마, 나 잘 때도 계속 노래 부르고 싶어 져

- 응? 어떤 노래?


그러자 2차 공연이 시작되었다. "난나나나~" 즉석에서 작곡한 노래에 맞춰 아이는 누워서 손만 움직이며 안무를 했다. 나는 여기에 합류해 아이 팔 동작에 내 팔을 더해 함께 안무를 했다. 처음으로 누워서 춤을 춰봤는데 어느새 흥이 올라 난나나를 따라 부르고 어깨까지 들썩들썩 바운스를 넣으며 쿵작거리고 난리가 났다. 나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노래와 춤에 빠져들었다. 우리의 화려한 춤 퍼포먼스 1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아이와 나는 살며시 서로 바라보고 키득키득 웃은 다음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이 들었다.


나는 아이가 자꾸 노래가 흘러나온다는 말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리고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대기업을 그만둔 이유가 생각나서였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더 이상 콧노래를 흥얼거릴 수 없게 되어서이다




모든 이유보다도 일단 내 삶에 '즐거울 락'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샤워하던 동생이 콧노래를 계속 흥얼거리는 소리를 밖에서 들었다. '뭐가 저렇게 즐거워서 샤워 내내 노래를 흥얼거릴까?' 신기해서 나도 허밍으로 아무 노래나 흥얼거려 보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게 안 됐다. 아무리 노력해도 흥얼거림이 더 이상 불가했다. 대학생 때까지 춤 동아리를 하고 매일을 즐겁게 살며 흥에 넘치던 나였는데 허밍이 안되다니. 그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다.


흥얼거림이 가능하다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마음의 평온과 기쁨, 삶의 균형, 적당한 만족감들이 공존할 때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하게 인생에 잘 흘러가고 있을 때 저절로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다시 내 삶에 즐거움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했. 진정 내게 맞는 직업을 찾아내 일에서 성취감과 몰입감을 경험함으로써 자아실현 기쁨을 느끼겠다고 다짐했고 결국 꿈을 이뤄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잃어버렸던 콧노래를 되찾았다는 것이었다. 몇 년간의 자아탐구와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의 이직 준비에 정진한 시간과 노력들의 결과로 나는 허밍과 흥얼거림이 있는 나의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지금 내 앞에서 흥얼거림의 삶을 살고 있다. 유치원에서도, 집에서도 노래가 흘러나온다고 한다. 틈만 나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이게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나는 안다. 인생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엄마는 안다.


소중한 너만의 흥얼거림이 부디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과, 혹여 흔들릴지라도 너만의 안목과 페이스로 다시 제 길을 찾아가길 바라는 응원의 마음을 한 껏 담아 오늘의 흥얼거림을 흐뭇한 눈으로 살포시 담아본다.

keyword
이전 01화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