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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ul 05. 2023

단점의 재발견

단점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고 할 때, 내면에서 거부감이 올라오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단점을 고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단점까지 사랑하는 건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듭니다.


심리상담에서 단점을 대할 때는, "없애려" 하지 않습니다. 주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지만, 주로 단점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시도해 그것의 의미를 재발견하곤 합니다. 단점을 없애는 게 아니라 좋은 면을 발견해 주죠. "절대" "100%" 나쁜 단점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잡초도 소중해

잠깐 잡초 이야기를 해볼게요. 농작물을 키울 때, 얄미운 방해꾼 잡초가 자라나죠. 뽑고 뽑아도 끈질기게 자라납니다. 마치 내가 어떤 목표를 이루는데 끈질기게 방해되는 치명적 단점처럼요.


그런데 자연에는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도 쓸모없는 것이란 없어서, 한 종류의 동식물이 멸종하면 그 지역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계속 뽑아내는 잡초도 알고 보면 흙을 더욱 비옥하게 보존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뿌리가 깊어서 다른 작물들보다 깊은 곳까지 수분을 전달해 준다고 해요.


나 자신도 마치 자연을 관찰하듯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도 모두 소중한 제 역할이 있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단점조차 나를 위해 애쓰는 친구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목표를 세우면 실패도 생긴다

단점을 사랑하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목표>와 <실패>라는 한 세트가 있습니다. 다시 잡초로 돌아가 볼게요. 잡초가 '방해꾼'이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농작물을 생산해 내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사과나무로 1년에 100개의 사과를 수확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운다면, 목표에 미달되는 '실패'가 생기고 '방해물'이 생깁니다. 자연은 실패라는 것 없이 사과를 계속 맺어내지만, 인간은 목표를 세워 일정하고 꾸준한 생산량을 예측하고 성공시키고 싶어 합니다. 자연은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억울하게도 '실패한 사과나무'가 되어 버리죠.


사람마다 성장하면서 <자아>가 형성되죠. 자아에게는 어떤 목표가 있습니다. 착한 사람 되기, 도덕적으로 올바른 사람 되기, 성공한 사람 되기, 부자 되기, 멋지게 살기, 좋은 부모 되기 등등... 이러한 목표들이 생기면 자연스럽게도 실패가 정의되고, 실패에 대한 두려운 감정도 생깁니다.


당신의 자아가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목표가 있으면 반대편에 실패도 존재하며, 중간에 방해되는 잡초들도 존재할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나라는 사람에게 목표, 성공, 실패, 방해꾼의 이름표를 붙입니다.


단점의 비판단적 관찰

이름표가 붙은 것을, 이름표를 떼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 단점을 사랑하는 첫 단계입니다. 우리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좋고 나쁨, 문제이거나 문제가 아님'을 판단합니다. 나쁨이나 문제라는 이름표가 찍히는 순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시작됩니다.


특히 부정적 감정들은 '나쁜, 문제'로 판단되는 주요 잡초들이죠. 감정은 나의 현상태를 알려주는 정보일 뿐입니다. 두려움으로 문제를 부풀리기 이전에, '중립적 이름'을 붙여주어 두려움을 낮추는 훈련을 해볼 수 있습니다. 중립적 이름을 붙이고 나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문제라고 낙인을 찍으면, '고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가서 있는 그대로 관찰하지 못합니다.


우울, 분노, 불안, 조급함, 질투 -> 나의 현상태를 알려주는 '감정'이야. 나에 관한 어떤 정보를 담고 있을까?

게으름, 무기력, 피로, 통증 -> 몸의 상태이자 감각이야. 몸 어디에서 어떤 감각이 느껴지고 있을까?



단점을 사랑해도 괜찮을까?

단점을 누구보다 고치고 싶어 했고, 단점을 숨기는데 능하기까지 했던 저는 단점을 꼭 사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건 단점이 아니라 나만의 특징일 뿐이었으니까요. 세상의 기준에 맞춰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모양틀에 나를 끼워 맞추려 애썼던 시절로부터 벗어나면 자유롭고 나다운 삶을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서른이 넘어서 제가 INTP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처음엔 거부하고 싶었죠. 제가 단점이라 여긴 것의 집합체가 INTP였거든요. 살면서 ESFP나 ESFJ 같다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살아왔습니다. 제 타고난 모습은 너무 못나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지 않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도 없을 것 같다고 믿어왔기에 늘 제가 느끼는 반대로 행동하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지금은 제 단점을 귀한 장점으로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자신만의 색깔을 지워버리려 애쓰는 내담자 분들을 만나 나다움을 회복하고 함께 성장하고 있죠.


단점을 사랑하는 일은, 이 짧은 글에 담기지 않는, 수년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힘든 과제입니다. 자아의 목표라는 게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거든요. 내 삶을 살아온 모든 경험과 감정이 담겨 만들어 낸 목표입니다. 그래서 단점을 사랑하기 위해 들여다보면, 그 안에 내가 살아오며 받은 상처들도 담겨있고, 듣고 보며 새긴 사회적 통념이나 가치관도 담겨 있습니다.


길고 지난한 과정이지만, 내 삶을 더욱 잘 살기 위해 세운 자아의 목표가 나를 억압하고 힘들게 만든다면, 나라는 존재가 목표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 같다면. 꼭 나의 단점과 화해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만의 빈칸 채우기

우리가 살아오며 이름표를 붙인 것들에는 각기 다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목표의 성공과 실패, 뽑아야 할 잡초에 어떤 내용을 정의했나요? 내가 단점이라 여기는 것들을 용기 내어 마주해 보세요:)


1. 목표의 성공: ex.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 출중하고 우월해지는 것, 늘 괜찮음을 유지하는 것  등.

2. 목표의 실패: ex. 가난, 무지, 도덕적이지 못함, 능력 없음, 혼자되기 등.

3. 뽑아야 할 잡초: ex. 질투, 분노와 같은 감정들, 게으르고 나태한, 허약한, 쉽게 포기하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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