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는 잿빛으로 둘러싸인 빌딩숲 사이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언젠가 출근길에 공황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겪은 후로 지하철 출구 앞에서 숨을 고르게 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안 달고 사는 사람이 없다지만, 어쩐지 선우는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한 인간이었다. 시멘트 바닥에 울려 퍼지는 수많은 이들의 발소리, 검은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든 사람들, 코를 찌르는 향수냄새…. 오늘따라 유난히 주변의 환경이 선우의 머리를 더 어지럽게 했다.
매일 아침, 선우는 이 길을 걸으며 스스로를 다잡곤 했다. 오늘은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고. 사람이 일을 하다 보면 어쩌다 실수할 수도 있지, 와 같은 말은 선우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었다. 삼십 대 중반으로 넘어들며, 겨우 얻게 된 직장이었다. 선우에게는 가벼운 실수조차 용납되서는 안될 나이였다.
*
─ 이제 더는 떨어질 수 없어!
취업 스터디를 하던 팀원이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쥐었다. 당시 이십 대 후반이었던 그는, 선우보다 나이가 서너 살 많은 형이었다. 사람들은 그 형을 보고 "이번에는 붙을 거"라고 위로했지만, 속으로는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언론사 입사에는 어느 정도 나이 제한이 있다는 걸. 심지어 그 형은 아나운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형과 함께 스터디를 준비하는 다른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이십 대 초중반의 파릇파릇한 애들이었다. 선우는 괴로워 몸서리 치는 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와, 무조건 서른 전에 합격해야겠네.'
선우는 속으로 서른이라는 나이를 곱씹으며, 그때가 오기 전까지 반드시 언론고시에 합격하고 말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렇게 그 형은 언론고시를 그만두었고, 일반 중소기업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모두가 안타까워했지만, 또 한 편으론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경쟁자가 하나 줄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대학교 시절, 세상을 여행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꿈을 꾸었다. 다큐멘터리가 더 좋은지, 여행하는 것이 더 좋은지, 둘 중 하나 택하라고 한다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말하곤 했던 선우였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됐든, 선우는 언론사에 입사를 해야만 했다. 그러려면 여행보다 다큐멘터리가 훨씬 더 좋다는 것을 강조해야만 했다. 돈을 주고 자기소개 첨삭도 맡기고, 스터디도 하고, 필기시험에 미리 대비했다. 틈틈이 다큐멘터리 공모전에도 참여해 영상도 만들었다. 이만하면 좋은 스펙이지 않을까, 흡족해하며 선우는 다큐멘터리 PD에 대한 환상을 키워나갔다. 선우는 어떻게 해서든 30대 이전에 합격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그도 세월을 피할 수 없었다. 이십 대 중반이었던 선우는 어느덧 스물아홉으로, 이십 대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었다. 그 사이 몇몇 사람들은 공채 시험에 합격했고, 또 몇몇 사람들은 외주제작사로 빠졌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공부에 매진했다. 선우와 같은 서른을 넘긴 언론고시생들은 슬슬 취업을 걱정하고 있었다.
─ 선우야, 너 어떻게 할 거야? 계속 준비할 거야?
선우와 동갑내기였던 이 스터디원은, 결국 중소기업 홍보팀 자리에 합격했다.
─ 나는 계속 준비해야지. 그동안 준비했던 거 아깝잖아.
─ 그렇긴 한데…. 그래도 선우 너는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도 있으니까, 외주제작사 가기도 좋겠다. 아니면 나처럼 홍보팀 자리에 들어가도 되고.
떠나는 스터디원의 뒷모습을 보며 선우도 생각이 많아졌다. 점점 선우 자신과 약속했던 나이의 커트라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서른, 삼십. 이 숫자가 이토록 두려웠던 적이 있던가. 스물아홉 해의 선우는 무척이자 초조하고 조급한 모습이었다. 작문과 기획안을 수없이 쓰고, 신문을 오려 붙여 시사상식 공부를 했건만, 이상하게도 선우는 창의적인 것에 자신이 없었다.
─ 근데 PD가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요? 별로 센스가 없는 것 같은데.
어쩌면 선우는 거기서 조금씩 마음이 무너지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 아니요! 뽑아 주신다면, 정말 잘할 자신 있습니다!
선우가 씩씩하게 대답하자마자 면접관은 고개를 저었다.
─ 아니, 아무리 그래도요. 열정만으로 됩니까? 기획안 작성한 거 보니까, 아예 첫 시작부터 엉망인데.
면접관은 선우의 기획안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때 선우는 서른셋의 겨울을 지나고 있었다.
*
"김대리, 김선우 대리!"
사무실 한 편에 울려 퍼지는 윤 과장의 목소리. 선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윤 과장 앞으로 향했다. 어젯밤 과음으로 아침부터 믹스커피로 해장한 윤 과장은, 담배도 같이 물었는지 입에서 악취가 났다. 선우는 입으로 숨 쉬며 윤 과장 앞에 섰다.
"아니, 김대리. 지금 입사한 지 3년 안 됐나?"
"아, 2년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PPT를 이렇게 못하나? 어?"
이제 이 언성에 익숙해질 법도 됐건만, 선우에게 윤 과장의 큰 목소리는 트라우마로 남은 듯, 고개는 점점 더 숙여졌다. 윤 과장은 혀를 차며 선우 앞에 서류를 턱 올렸다.
"죄송합니다. 다시 수정하겠습니다."
선우는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상사는 그의 대답을 들으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선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류를 책상 위에 던졌다. 어쩌면 애초에 선우가 할 수 없을 정도의 분량이었을지도 모른다. 늘 선우에게 "부족하다"라고 말하는 윤 과장은, 어제도 퇴근 무렵에 선우에게 다음날 발표할 자료를 주었다.
"이렇게 손이 느려서야, 언제쯤 제대로 할 거야?"
선우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제대로'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대체 상사가 말하는 '제대로'란 무엇일까?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제대로' 해 온 인생이었다면, 이 회사까지 흘러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우는 생각했다.
자리로 돌아온 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책상 위에는 그가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에 빛나는 파일 목록이 그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선우는 서류를 집어 들고, 다시 한번 수정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손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윤 과장의 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키보드 소리, 마우스 소리, 전화받는 소리, 회의하는 소리는 직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나 적막을 낳고 갔다. 선우는 회사 앞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샀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그는 잠시나마 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무실 구석에 있는 작은 휴게실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동료들은 가끔 그에게 같이 식사하자고 권유했지만, 선우는 항상 혼자 있는 쪽을 택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잠시라도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선우는 휴게실 창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은 따뜻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차가웠다. 창밖의 세상은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였지만, 그가 속한 세계는 점점 더 삭막해져 갔다. 휴게실 문이 열리며 동료가 들어왔다. 그는 선우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선우 씨, 오늘도 혼자야? 같이 먹지 그랬어."
선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그냥 혼자 있는 게 좋아서요."
동료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우 옆에 앉았다.
"너무 무리하지 마. 가끔은 좀 쉬어가는 것도 필요하잖아?"
"네, 감사합니다."
선우는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하루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료와의 짧은 대화조차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휴식이 끝나자마자 다시 일로 돌아간 선우는 서류 작업에 매달렸다. 윤 과장이 미룬 일과 선우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끝이 나지 않는 일은 다음날까지 미루게 둘 수 없었다. 다섯 시, 여섯 시…. 퇴근시간이 지나고, 늦은 밤까지 일은 이어졌다. 먼저 퇴근해 보겠습니다, 인사를 하며 나가던 직장 동료의 목소리가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했지만, 그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사무실에 남은 불빛 아래에서 홀로 일하는 선우의 모습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불 켜진 사무실엔 어느덧 선우의 키보드 소리만이 적막을 깰 뿐이었다. 열 시 무렵 즈음되었을까? 선우가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무실엔 역시 아무도 없었다. 이런 날들이 선우에겐 늘 그랬듯 익숙했다.
윤 과장의 일을 메일로 보낸 선우는 문득 개인 이메일을 로그인했다. 사무용 메일함이 아닌, 개인 메일함이었다. 평소 스팸과 광고 메일로 그득 차 있던 메일함. 역시나 한 오백여 개 즈음 메일이 쌓여 있었다. 거의 분기마다 메일함을 정리해 왔던 듯하다. 쓸데없는 메일을 하나씩 삭제하고 지워나가던 선우는, 문득 한 메일을 발견했다.
<10년 전 내 모습을 확인하세요!>
선우의 웹드라이브에서 분기마다 이벤트로 보내는 메일 중 하나였다. 무심코 열어본 메일에는 10년 전, 그러니까 선우의 대학시절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맘 때의 선우는 대학교 러닝 동아리에서 활동할 때였다.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들의 얼굴, 그 사이 땀으로 범벅된 티셔츠를 펄럭이며 물을 마시고 있는 경미와 그런 경미를 바라보고 있는 선우의 사진이 보였다. 이때 참 어렸네, 선우는 손을 포개 뒷목을 받치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
10년 전, 11학번이었던 선우는 그 당시 유행하지도 않던 러닝 동아리에 들어갔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대학시절에 만났던 전 여자친구, 경미를 따라 들어간 러닝 동아리였다. 하루에 한 번, 저녁 무렵에 다 같이 대학교 대운동장에 모여 달리기를 했다. 트랙을 도는데 정해진 규칙은 없었다.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알아서 뛰고, 알아서 쉬었다. 같이 러닝 동아리에 들어온 사람들끼리는 페이스 경쟁을 하는 것도 같았지만, 선우는 애초에 달리기를 잘하지 못했으므로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 선우야! 페이스를 좀 더 높여봐! 지구력을 높이려면 막판에 스퍼트를 올려!
달리기를 잘했던 경미는, 선우에게 친절히 페이스 조절하는 법을 알려줬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것도 처음 알려주었는데, 아무래도 달리기를 잘하지 못했던 선우에게 러너스 하이는 어렵게만 느껴졌다. 자신의 지구력의 극치까지를 넘겨야만 느낄 수 있다는 마성의 매력, 한 번 경험하면 달리기를 잊을 수 없다는 "러너스 하이". 그래서인지 경미는 늘,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까지 달리기를 하곤 했다. 남자애들 못지않게, 막판 스퍼트를 몰아 뛰었다. 선우는 아무리 달려도 경미의 페이스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 조금만 천천히 뛰면 안 돼? 같이 뛰면 좋잖아.
─ 안돼, 그렇게 뛰면 재미없어. 내 안의 한계를 돌파해야지!
그렇게 1년 간 경미와 함께 달리기를 했던 선우는, 어느 날 갑자기 경미와 헤어지게 되었다. 대학 시절의 연애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경미는 늘 선우보다 모든 것에 앞서 있었다. 학업도, 스펙도, 달리기도, 인생도. 계획 없이 그저 경미가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다 따랐던 선우였지만, 경미에게는 그런 선우가 점점 매력 없게 느껴졌다.
경미가 선우에게 돌진하여 사랑을 느끼던 사이, 선우는 서서히 경미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우가 경미를 열렬히 사랑하게 될 즈음, 경미는 선우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쉽게 사귀고, 쉽게 헤어지고, 선우는 거기서 자신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선우의 세상을 이끌어주던 경미가 어느 날 갑자기 선우에게 이별을 통보한 것이었다. 선우는 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경미에게 큰 실망을 느꼈다. 선우는 더 이상 경미와 달리기를 함께 할 수 없었다. 경미의 세상에서 온전히 나오기 위해서는, 우선 러닝 동아리에서 탈퇴하는 수밖에 없었다. 경미와 헤어진 선우는, 그날로부터 혼자 달리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선우는 처음으로 러너스 하이를 느꼈다.
대학시절의 선우는 카메라 앞에 턱을 괴고 앉아 러너스 하이를 처음 느낀 순간을 기록하는 셀프 인터뷰를 했다.
─ 어느 순간 힘들지 않았어. 전에는 달리기 하다가 죽을 것만 같았거든? 그냥, 일정하게 그 페이스대로 유지해서 달리기 하다가, 한 삼십 분 이상 뛰었을까? 갑자기 숨이 차지 않았어. 몸이 아주 가벼웠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어. 푸른 잎과 선선한 바람과 찬란한 햇살 같은 풍경들 있잖아? 그때 깨달았어. 아, 걔가 말했던 러너스 하이가 이런 거구나. 그래서 걔는 달리기를 계속할 수 있었던 거구나. 이제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중독이라면, 나도 끊임없이 달리기를 할 수 있겠어. 그리고 언젠가는 이렇게 달리다 보면, 마라톤대회 같은 데서 걔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걔는 절대 달리기를 그만두지 않을 거니까. 내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
의자에 기대 어떤 영상을 보고 있던 선우는 문득 영상을 일시정지했다. 대학시절 러닝 동아리 사진을 봤던 선우가 자연스럽게 러닝 기록 영상까지 찾아보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문득 컴퓨터 화면의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어느덧 열한 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선우는 컴퓨터 영상을 끄고 주변을 정리했다. 더 늦었다간, 지하철을 놓칠 수도 있었다.
사무실을 나서며 선우는 다시 한번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차가운 밤공기가 그의 폐 속으로 들어오며,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를 잠시나마 씻어내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변하지 않을 이 일상 속에서 그는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선우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10년 전 내 모습을 확인하세요!>
선우는 10년 전 러닝 동아리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 그 시절, 선우가 열렬히 사랑했던 경미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선우가 다시 그 사진을 펼쳐본 데에는, 잊고 있었던 경미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그런 순진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그 시절의 사진에는 선우의 다양한 모습이 있었다. 러닝 동아리 활동을 하고, 마라톤 하기 좋은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영상과 사진을 찍었던 그 시절의 자신을 추억하기 위함이었다. 그 시절, 꿈 많던 어린 선우의 모습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선우는 전철에 앉아 사무실에서 보다 만, 자신의 셀프 카메라 영상을 다시 재생해 보았다. 경미와 헤어지고 비로소 자신 만의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된 날, 처음으로 러너스 하이를 경험했던 그때의 기록 영상을….
그날 밤, 선우는 침대에 누워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늘 이 시각에 퇴근을 하면,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괴로움으로 잠을 설치곤 했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건 상사의 차가운 목소리와, 내일 해결해야 할 업무들, 도심 가득 퍼진 향수냄새와 정장 차림의 사람들까지. 선우에겐 더는 꿈을 좇을 용기 따윈 없었다. 그러나 아주 오랜만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젖어 죽어가는 것이 아닌,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자신만의 달리기를 하는 모습. 점점 초라해지는 현실이 아닌, 어깨에 날개를 달고 사뿐사뿐 뛰어가는 내일의 모습들이 가슴을 뜨겁게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