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홍차 티백이 되어 줄래요?
그대가 어떤 색이어도 좋아요.
그대가 어떤 향이어도 좋아요.
나는 투명하고 여린 물이지만
함부로 하다가는 흠칫, 데일 만큼 뜨겁습니다
그러니 한 가지
부디 나를 조심스럽게 대해 주세요
조심스럽게 들어와 주세요
나는 그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 그대라면 발끝까지 붉게 물들어도 좋아요
나를 서서히 온통 그대의 색깔로 휘저어 주세요
어린아이의 손톱에 물든
봉숭아꽃처럼
문득 창가에 퍼지는
봄날의 노을처럼
내 양 볼에도 그대가 스며들어와
새빨갛게 아름다워지고 싶어요
기꺼이 나를 예쁘게 해 주세요
더 이상 그대에게서 가져갈 것이 없을 만큼
그렇게 나를 사랑해 주세요.
그 이후에는
당신이 내게 젖어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