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나는 마틸다가 목련 같은 그녀의 외로움이
훨훨 날리어 흰 무덤을 만든 배경에서
그녀가 오로지 홀로 있는 모습을 자주 상상하곤 한다.
어느 서점에서 마틸다가 「죄와 벌」 을 훔쳐왔을 때,
내가 상상한 마틸다의 그런 모습은
그녀가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두꺼운 두 권의 책을 꺼내놓은 장면이다.
한 권짜리의 두께도 이센티가 꽤 넘는 그 책들을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갉아먹듯 아껴 읽으며
마틸다는 그녀의 양 손에 넘칠 듯 쥐고 있는 죄의 페이지들과
다가올 벌을 곰씹어 생각한다.
그것들이 진한 향수처럼 마틸다를 감싼다.
시계 밴드에 밴 낯선 향수 냄새처럼 독하다.
그러면 나는 다시 마틸다가 되어서
그녀에게 깊게 배인
죄와 벌의 냄새를 맡으며 동요한다, 탐닉한다.
희고 순수한 목련이 눈부신 태양 아래 숨죽여
그 굉장한 속살을 드러내며
왱왱거리는 벌을 부르는 것과 같다.
아니 내가 그녀를 부른다.
아니야, 그녀가 나에게 왔다.
모두 틀렸다, 나와 마틸다는 이미 바오밥나무들처럼 섞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