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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랑 Mar 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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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개를 숙여 ‘어’ 발음을 입김 뱉듯 내뱉고

 그대로 벌려져 있는 마틸다의 입술을 핥는다.

 옷깃이 턱에 스치는 새가 접었던 날개를 피는 듯한 소리와

 마틸다의 한순간 한숨 같은 숨소리와

 어린아이가 딸기에 혀를 대 보는 듯한 소리가

 귀를 뜨겁게 적신다.

 그녀의 주름진 앵두 같은 입술을 핥으면서

 마틸다가 생각했던 얼굴들을 생각한다.

 마틸다의 서글픈 영사기에서 천천히 비추는 필름들이다.

 인생은 순간의 연속

 그렇지만 그것이 인생의 순간이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시간들은 무참하게 찢겨나가고 버려진다.

 타의에 의해서도 버려진다.

 마틸다의 죽기 전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녀는 아름다운 민들레꽃 드레스를 입고 있다.

 조금쯤 술에 취해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콜드플레이의 'Strawberry Swing'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그 노래에는 이러한 가사가 있다

 Could be blue, Could be gray

 밤은 어떤 이야기를 머금고 야광별을 머금고

 곧 새처럼 찾아올 새벽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틸다는 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욕조에 담긴 물이 목까지 차오른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였다.

 얼음이 언 입김을 하얗게 뱉어내던 소녀는 고작 스물하나였지만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떠돌이 고양이가 된 기분이었다.

 마틸다는 곧 침대로 갈대가 쓰러지듯 눕는다.

 부드러운 잿빛 공기 속으로 환성이 사라졌다. 마틸다는 외로웠다.

 마틸다는 행복하고 자유로웠다.

 그녀가 틀렸다.

 나는 마틸다를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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