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결국 유년기이다.
모두들 때가 되면 늙은 여우처럼
자신이 태어났던 곳을 찾아가게 된다.
마틸다가 태어났던 곳은 그리 깊지도 않은 강바닥
어느 커다란 바위 앞에서
그녀는 숨죽이고 있다.
마틸다는 가파른 물속에서도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차라리 그녀가 아홉 살 때 죽어버렸더라면.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아이는
죽기에는 너무 어리고 살기에는 너무 연약한 나머지
스스로 강물의 소용돌이로 걸어갔다.
차라리 마틸다가 그 때 죽어버렸더라면.
남은 우리는 강으로 가서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본 바위의 속삭임을 듣는다.
마틸다가 어느 날 거실에서 발견한
그녀 어머니의 수첩에는
마틸다에 대한 시가 써 있었다.
아, 어머니.
그녀에게 이름을 두 번 지어 준 어머니.
안된 일이지만 만약 마틸다가 당신보다
일찍 흰 무덤으로 가면은
그 강의 바위를 가져다가 비석으로 세워 주셔요.
마틸다는 강물이라는 인큐베이터에서 죽어버렸습니다.
지난 겨울 길에서 얼어 죽은 고양이가
세상에 흔적을 남겼던가요?
대학교 기숙사 2층에서 죽은 어린 참새가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겼던가요?
그런 것들은 모두 부질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나 흔적을 남겨보고자
칼끝으로 손에 십자가를 긋지마는
그 또한 회개해야 하는 것이에요.
마틸다의 세계에서는 용서를 빌 때 꽃을 함께 바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니 마틸다가 죽기 직전에
내가 당신에게 채 피지 않은 장미꽃을 바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