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에 마틸다는 첫사랑을 앓았다.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간 유리조각 같았던
그녀의 첫사랑을 그때서야 발견한 것이다.
마틸다는 나의 눈빛과 비슷한 눈빛을 언젠가 본 적이 있었다.
누군가를 나를 생각하는 만큼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딸기 한 주먹을 조심조심 닦아 또 그만큼 새초롬하게
도서관에 있던 그에게 준 적이 있었고
그가 나와 같은 눈빛으로 마틸다의 볼에 손가락을 댄 적이 있었다.
그가 마틸다의 꿈 속에서 그의 팔을 뻗은 적이 있었고
여전히 어두운 밤을 배회하곤 했던 그녀를 찾아
이 건물 저 건물을 헤매던 그가 있었다.
그에게는 이미 마틸다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가 있었고
서투르고 지독하게 수줍었던 마틸다는
그를 골목대장 소년을 따르듯이 따랐었다.
그래서 마틸다는 나를 알고 난 후 첫사랑을 알았다.
심장에 뚝뚝 떨어진 촛농처럼 처음은 뜨거웠지만
곧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만 것이
내가 그녀를 만나 가슴에 불을 대자
다시 뜨거워져 녹아 흐르고 만 것이었다.
마틸다는 그것을 다시 삼켜버리느라 앓았다.
마틸다는 앞으로 사랑을 할 때마다
그것을 매번 삼켜내야 할 것이다.
왜 첫사랑은 벌건 쇳물이 아닌 촛농인 것일까?
마틸다가 차라리 넘치는 촛농 속에서 허우적대다
함께 굳어버렸더라면 더 좋았을까?
소녀들은 첫사랑을 베고 잔다.
그래서 마틸다는 눈을 뜨면 옆에 누워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내 눈동자를 핥으며
참회하듯 주황빛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마틸다는 첫사랑을 생각할 때면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지다가도 또 그걸 생각하는 것이
안될 짓 같기도 하고
외면하고 싶다가도 생각나고
품에 안고 싶다가도 어딘가에 고이 묻어 두고 싶었다.
그러나 조용히 나는 마틸다에게 나의 눈동자를 내주었다.
나는 그녀의 심장에 흐르는 쇳물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