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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Oct 05. 2018

'프랑크푸르트'의 가을






곧 '한로'입니다.

이슬이 내리기 시작해 서둘러 가을 걷이를 해야 한다죠.


막 추수를 하려고 분주한 이웃동네의 모습을 보고 나니

공연히 마음이 들썩거려

지난가을 설레며 돌아다녔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대해 쓰고 싶어 졌습니다.



프랑크푸르트는 늘 유럽여행의 시작이었지요.

유럽의 여러 나라로 통하는 렌터카, 기차, 버스요금이

가장 저렴했거든요.



처음 이곳에서 시작한 일정은


로맨틱가도를 따라 내려오다

오스트리아를 살짝 넘어가 인스부르크, 잘츠부르크를 돌아 나왔고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체코 쪽으로 훅 들어가

프라하, 체스키 크롬로브에 한참 머물다 돌아왔습니다.



스위스를 가거나 프랑스를 갈 때도

쓸데없이 이곳을 거쳐갔음 좋겠습니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풍경들을 보며

하루 종일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여기선 가능했거든요



프랑크푸르트 마인강변입니다.


때는 10월이었습니다.


서울의 나뭇잎들은 아직 싱싱한 초록색인데

이곳의 나무들은 벌써 바람이 스칠 때마다

자비를 베푸듯 낙엽을 떨구고 있었어요.



떨어지는 황금색 이파리들을 주우며

이게 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세속적인 상상도 잠시.



마인강의 울렁거림을 보며 마시는 커피도 좋았고

아가씨들이 멋들어지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훔쳐보는 것도 즐거웠으며




때마침 일요일이라 애들을 데리고 나온

간지쩌는 아빠들을 보며 심심찮은 눈요기도 괜찮았습니다만





무엇보다 더 노부부들의 정다운 모습과 코웃음 소리에  끌렸습니다.




20대로, 30대로 다시 돌아가라 하면
차라리 죽겠다고 할 만큼

어려운 일을 함께 겪고
견딜 수 없는 일들을 함께 견디고 돌아왔는데


결국 인생은...

지나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의 콜라주.



서로의 텅 빈 마음을 이해하며

흐르는 강을 함께 바라보는 일.

그것이 부부 사이 아닐까요.



감히... 저분들과 시선을 나란히 하

멀리 혼자 앉아 있는 남편을 돌아봤습니다.

아마 함께 걷자고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서로의 머리에 싸락눈이 힘없이 내리는 과정을 지켜보다

누가 먼저 먼길을 배웅할지 모르는 날이 올 즈음까지도

나란히 걸으며 손 잡을 수 있는 부부가 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노력해보자고

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만드는 풍경이 너무 존경스러워

한 동안 쳐다보기만 하다 몇 장을 담아왔습니다.

메마른 심장에 물을 주는 심정으로요.



돌아와서 친구들에게

마인강변에 갔더니 노부부들이 다들 팔짱 끼고

손잡고 걷더라, 마주 보고 웃더라, 정답더라... 하니

에이 불륜이겠지...

미사리에도 그런 커플 많이 있어. 합니다.



기차 시간에 늦을 것 같아 걸음을 서둘러야 한다는 건 알지만

이곳의 풍경들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내 미래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들을
다 담고 있었거든요.



우리도 저렇게

저 사람들처럼 늙어가자.

상대방이 코웃음 칠까 봐

입밖에 내지 못한 소박한 말을 삼키고


또 올 텐데 뭐,,,

아이들을 애써 달래며 돌아갑니다.

내가 언제 또 이 길을 걸을까 하는

서운한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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