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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Oct 13. 2023

사람이 아닌 것에 설레본 건

23-03-12

어제는 막연히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앞당긴다는 생각뿐이었다. 원래 같으면 시드니의 소피 쉐어하우스에서 묵다가 퀸즐랜드에서 단기 알바를 하던지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했는데 생각을 바꿨다. 지금 여기서 번 돈으로 버티고, 차를 팔고, 남은 기간 동안은 책 읽고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이 급하다.


하지만 머리는 계속 굴리기만 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찬찬히 걸으면서 머리를 식힐 겸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전에 들렀을 때 보지 못한 작품을 보러 모나에 다시 왔다. 네다섯 층 규모인 줄 알았는데 이삼 층 규모였다. 전에 들렀을 때 한 두개 공간만 못 보고 거의 다 봤었다.



어느 올라가는 계단 중간 바닥에 빔프로젝트를 쏴서 만든 작품이 있다. 이런 전시 형태조차도 현대미술관답다는 생각이 든다. 저 멀리서 횡단보도에다 지휘하는 듯한 손짓이 재밌어서 보고 있는데 작품의 장소가 서울이다.



미술관을 다니면서 예술 작품은 해석이 99 퍼센트인 것 같다고, 특히 현대미술 같은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에는 의미가 없단다. 그래서 웃긴 작품이다.


모든 예술 작품이 이러면 예술은 눈길을 사로잡지 못할 거다. 하지만 모든 것이 비슷한 걸 얘기할 때 조금 다른 방향을 제시하며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 나는 그게 바로 예술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예술은 대개 어떤 의미를 전달한다. 이 작품조차도 의미가 없다고 말하지만, 모두가 똑같을 때 다른 걸 제시하면서 말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화장실에 이런 작품(?)이 상영 중이다. 저 칸에는 도저히 부담스러워 들어가진 못했다.



오전 내내 심리학 강의를 들었더니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복잡했는데, 섞여 있던 조그만 알갱이들을 분리하면서 릴랙스 했다. 무언가를 배우면 내 머릿속은 난장판이 된다. 내 머릿속에 이미 내가 가지고 있던 지식과 새로 배운 지식이 어지럽게 얽힌 실타래 모양을 하고 만다.



Back in 5 drinks. 오늘 진짜 목적은 이 재즈 공연이다. 매일 그 자리에서 새로운 곡을 지어 연주하는 예술이다. 시작하기 전 지휘자는 정말 손에 샴페인 잔을 쥐고 어슬렁 거린다.



아쉽게도 오늘 새로 만든 곡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대신 어제 지은 곡도 함께 연주해 줬는데 그 곡은 정말 좋았다. 갑자기 응원을 받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곡이었다.



멋진 미술관에서 커피 한 잔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라떼 아트 덕인지 카푸치노 파우더가 한쪽으로 쏠려 있다. 모양새가 참 재밌다.




내가 생각했던 창업 아이템, 백패커스의 핵심 요소는 사실 커뮤니티다. 좋은 숙소, 코워킹 플레이스도 물론 좋지만 좋은 커뮤니티는 사람을 이끈다. 마침 그런 커뮤니티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찾았다.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



꿈을 이룰 생각을 하니까 이곳 생활에 대한 미련이 더 이상 없다. 그냥 당장 한국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여행은 원래도 별 기대 없이 가서 충분히 행복했지만 더 기대가 없어졌다. 여행보다 더 신나고 기대되는 일이 벌어질 거다.


요즘 얼마나 신나는지 모른다. 진짜 꿈다운 꿈이 찾아왔다. 그걸 이룰 생각을 하니 진짜 가슴이 떨리고 설렌다. 사람이 아닌 것에 설레본 게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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