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배 Zoe Oct 18. 2023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따라

23-03-19, 멜버른 근교 여행


어제는 거의 하루 통째를 페리에서 보냈다. 그리고 나는 멜버른에 다시 발도장을 찍었다.



분명 주차가 된다고 해서 예약한 호스텔인데 앞에 있는 주차장이 시간제였다. 오늘 아침 일찍 투어가 예정되어 있어서 급하게 차를 옮기러 나간다. 아니면 주차비를 꽤 많이 내야만 한다.



오늘이 다행히 일요일인 덕에 종일 주차가 가능하다! 이런 행운이!



며칠간 운전하는 시간이 길었는데 다른 사람이 운전해 주는 투어차에 타니 몸이 너무나 편하다. 멜버른에서 가장 많이 하는 근교 여행인 그레이트 오션로드로 떠나왔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해안가를 쭉 따라 만든 드라이브 도로라고 생각하면 좋다. 이 해안도로가 생겨난 이유가 꽤 흥미로웠다. 퇴역군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곡괭이를 들고 도로를 만들게 한 거다. 10년 동안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고 정부에서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로는 지금 남부에서 손꼽히는 투어 명소가 되었다.



어느 공원에 잠시 들러 코알라를 봤다. 코알라가 자주 출몰하지만 어디 있을지, 만날 수 있을지 확실하진 않은 곳이지만 운 좋게도 코알라 두세 마리가 나와줬다.



점심은 역시나 투어 회사에서 맛있는 식당을 추천해 준다. 나는 내가 먹을 샌드위치가 있다. 그래서 바다에 가서 먹으려다 새가 너무 많은 바람에 발길을 돌려 벤치에 앉았다. 앉으려고 보니 같은 투어의 모녀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머니가 정말 대단하셨다. 혼자서 태국여행을 다녀오셨고, 딸이 뉴질랜드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 호주 여행을 함께 하는 중이라 하신다. 거의 뚜벅이 투어와 다름없는 투어 코스를 어머님이 소화 중이시랜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대화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호주에서 와서 가장 좋았던 건 스몰토크였다. 스몰토크를 맘껏 할 수 있는 호주는 내게 천국과 다름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스몰토크를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이런 투어에서는 다르다. 몇 번 다른 나라 투어도 다녀보며 느낀 점이다.


특히 한국에서 나처럼 질문하는 사람은 도를 믿습니까로 취급받기 십상이지만, 여행지에선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준다! 그래서 다양한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듣기에 이런 투어가 정말 최고다. 나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다.



여기저기 포인트들을 들러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12 사도에 왔다. 12개의 섬을 12 사도에 비유한 곳인데 앞의 섬들은 풍화작용으로 무너진 바람에 키가 작아져서 꼬마가 됐다.



여기서 보는 풍경이 너무 근사하고 좋아서, 여기 가만 서서 한참을 저 앞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그 공간에 흐르는 바람과 흐르는 시간에 내 모든 걸 맡겼던 순간이었다.



로크 아드 고지에서는 약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여기저기 포인트를 들러볼 수 있었다. 나는 급하게 사진 몇 장을 부탁해서 찍고 여기저기 포인트를 다 둘러봤다. 이 곳의 어느 지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길목에서 만난 다른 투어 팀에 있는 한국인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건지기도 했다.



이곳은 그루토라고 이 투어에만 들리는 인생샷 명소다. 이 황톳빛과 바다의 조화가 정말 근사하다.



마지막 코스는 런던 브리지다. 원래 다리가 있었는데 다리가 붕괴되고 사람 둘이 저곳에 갇혔던 일이 있었다. 그들이 나올 수 있게 흡사 작전을 펼치는 모습을 전국에 생중계했는데 알고 보니 둘은 불륜이라 모든 게 발각되었다고. 온 나라가 얼마나 들썩였을지, 재밌는 이야기가 얽힌 곳이다.



투어에서 만난 친구들 두 명과 저녁을 함께 했다. 우리는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멜버른 맛집을 찾으면 보통 아시안 푸드가 많다. 이 마라탕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줄을 서서 먹는 진짜 맛집이다.



친구들과 함께 멜버른을 관통하는 야라강을 한참 걸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시드니의 야경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강을 낀 야경도 정말 멋지다.



투어의 가이드님이 5불로 몇 십만 원을 벌었다고 했던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혹한 우리는 크라운 카지노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흔히 카지노의 슬롯머신을 뿅뿅이라고 부른다. 이 뿅뿅이는 실로 대단한 기계다.


나는 이 뿅뿅이가 호주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라고 느꼈다. 동네마다 카지노가 자리하고 있다. 호주는 시급이 정말 높은데 그 번 돈을 여기에 다 바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건 한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사는데 딱히 흥미가 없는 사람들은 매일 같이 기계 앞으로 와서 비어 있는 눈으로 뿅뿅이 기계를 하릴없이 누르곤 한다. 나는 이 뿅뿅이 사태를 보고 도파민 중독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살아가는데 의미를 가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게 됐고.



현란한 불빛과 끝도 없이 자리 잡은 뿅뿅이, 그 앞에 자리한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조금은 무섭다. 우리 모두 5불씩만 하자고 했고, 나는 7불에 중단을 했다. 10불을 번 친구도 있고, 5불이 전부 날아간 친구도 있다. 딱 이 정도, 경험만 해보기로.





매거진의 이전글 태즈메이니아 차박 여행기 -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