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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채영 Apr 24. 2021

변하거나, 변했거나, 변하고 있거나

남산을 바라보며

녹사평역 2번 출구를 향해 밝은 초록색들을 보며 출근길을 오른다. 퇴근길에는 어두컴컴하고 가로등 빛을 받은 노오란 나무들을 보며 내려온다.


몇 주 전만 해도 남산에는 분홍빛의 벚꽃 나무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그리고 오늘 옥상에서 본 남산은 진한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제 본 남산과 오늘의 남산의 색이 다르다고 그것은 남산이 아니지 않으냐 묻는다면, 나는 당당히 남산이 맞다고 말할 수 있다. 계절의 변화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는가?


“너 변했어”라는 말이 왜인지 모르게 두려웠다. 그게 나한테 하는 말이든 내가 타인에게 드는 생각이든.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변한 모습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릴까 봐서.


어제 본 내가 혹은 네가 오늘의 나와 혹은 네가 다른 빛을 띤다 하더라도 그것이 나 혹은 네가 아니냐 묻는다면 , 나는 당당히 나와 네가 맞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 또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산을 오르고 내린다. 올랐을  보았던 초록색들이 내려올 때는 분명 다른 빛으로 느껴진다. 오후 세시에만   있는 초록색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저 각자의 시간의 빛을 바라보는 것이다.


변하거나, 변했거나, 변하고 있거나. 그 모습 모두가 퍽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두렵지 않다. 아니 두려워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자연의 일부임을 받아들일 뿐이다. 그것이 사랑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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