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생을 오피스텔에 감금하고 죽을 때까지 폭행하고 방치해 살인죄로 체포된 20대 2명이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는 뉴스를 봤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그 동창생의 비참한 최후가 떠올라 괴로웠다. 약자를 괴롭히는 비열한 것들을 마주하면 감정이 주체되지 않아서 뉴스를 안 보게 된다. 범죄자의 인권, 계도,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에 수긍하지만 마음에 깨끗한 느낌이 안 든다. 권력이나 돈 있는 자가 죄를 탕감받고 나오는 황제노역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부조리한 사회에도 분노한다. 분노를 표출하는 건 쉽고 분노를 성장과 변화의 밑거름으로 삼아 사회를 개선해갈 힘으로 규합하는 것은 어렵다.
오늘의 드로잉으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기자의 책 표지에 담긴 나무를 그렸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꿈꾸는 제도 전부가 덴마크에서는 현실이었다. 고등학교,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에프터스콜레를 1년간 다니며 인생을 설계하는 학교 제도, 능력이나 성과의 탁월함에 감탄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것, 함께 잘 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회 문화, 덴마크인들의 오랜 관습인 얀테의 법칙 10가지. [인용]
첫째,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 않는다.
셋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 않는다.
넷째, 내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자만하지 말라.
다섯째,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여섯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일곱째, 내가 무엇을 하든지 다 잘할 것이라고 장담하지 않는다.
여덟째, 다른 사람을 비웃지 않는다.
아홉째, 다른 사람이 나에게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 번째,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우리는 왜 덴마크가 못될까. 덴마크처럼 인구가 적어야 가능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고 언제까지 변명할 수 있을까. 똑같이 상실의 역사를 품었지만 우리와 달리 덴마크는 농업을 근간으로 단단하게 제대로 기능하는 협동조합의 연합이 경제를 떠받치며 모든 나라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재벌이 군림하며 승자독식 구조가 되었다. 출산율 0.84로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이 안 되는 나라,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지 않은 나라 1위를 달리며 축소 사회, 소멸의 길로 가고 있다.
지금 뉴스는 대선으로 가득하다. 대통령 한 사람 바꿔서 5년 안에 모든 국가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공약을 펼쳐놓지만 그렇게 커다란 약속들이 제대로 이행될 리 없고 사회갈등이 해소된 역사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비용과 인력을 헤프게 쓰고 선거쇼를 벌이는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내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총리를 바꾸는 정치 제도 변화는 어려운 이야기인가? 정치 잘 알지 못하는 선생이지만 지금의 정치행태가 수준 낮아 보이는 건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도 알고 있다.
잘못된 것을 보고 잘못되었다는 말을 숨기고 귀찮아서 모른 척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해 안 되는 것에 대해 마음으로만 질문하고 적당히 눈감고 넘어가는 것이 편해졌다. 남의 허물이 보이면 재빨리 눈길을 안으로 돌려 헛발 딛지 않게 스스로를 살피라는 스님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고 어물쩡 어물쩡 넘어가는 것 같아서 오늘도 미심쩍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