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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Jan 27. 2022

몸은 기억한다

1일 1드로잉, 빈 손

#195일차

<몸은 기억한다>를 정독하고 싶어서 워드로 정리하며 읽다 보니 오래 걸린다. 요약만 A4 60페이지일 정도로 가슴에 새기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트라우마를 연구하며 인생을 즐겁고 살만한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원천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사례 속에서 지나온 인생이 다시 읽히고 미루어 비춰보느라 독서 진도가 더디다. 트라우마의 관점으로 보면 교실에서 문제 행동을 하는 부적응 학생을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트라우마 치료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개별자의 불운으로 치부할 수 없다. 소득 수준, 가족 구조, 고용 상태, 교육 기회에 따라 트라우마 스트레스 발생 위험성이 결정된다. 트라우마나 버려진 기억은 사회의 돌봄과 건강한 공동체의 정서적 지지를 통해 회복될 수 있다.


치유되기 힘든 트라우마의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방법 중에 마음 챙김이 있는데 마음 챙김의 중요성은 이 책의 곳곳에서 자주 등장한다. 회복적 서클의 안전한 공간에 대한 신경과학적 근거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트라우마 환자가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주체의식을 갖고 자기 삶을 이끌어 가며 온전한 삶을 회복하는 근본 치료를 모색하는 질문 가운데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 볼만한 내용이 있었다.


"당신이 이겨내려고 애쓰는 것은 무엇인가? 마음을 진정시킬 때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과 서로 아끼고 보살펴 주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 신체의 힘과 생명력을 느끼고 몸이 편안한 기분이 되도록 어떤 노력을 하는가?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가? 어떤 사람들이 당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랑하고 신경 써주고 있는가? 당신이 겁나거나 아플 때 믿고 의지할 대상은 누구인가? 사회의 일원으로 살면서 주변 사람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주면서 살아가는 사람인가?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선택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려면 아이들이 어떤 기술을 익혀야 하는가? 당신은 목적의식이 있는가? 당신이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이끈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가?"


교실 안에서 선생님이 일관된 태도와 안정적 유대감을 제공하고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원만한 상호 관계를 맺도록 기본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 주고 지지받는다고 느낄 때 생기는 자신감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어떠한 역경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 준다. 학대받고 방치된 아이들에게 학교는 희망이 된다. 작든 크든 모든 사람이 트라우마 경험을 갖고 있다고 볼 때 트라우마의 고전이라고 부를 만한 이 책은 학교의 의미와 교사의 역할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최근 실망스러운 일로 기분이 가라앉았다. 마음 챙김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 속에 욕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림으로 남기고 시를 필사하며 빈 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고 내가 바라는 일도 아니었다는 게 서서히 드러나며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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