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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gwon Apr 25. 2021

나의 영어 분투기

도대체 언제 정복할 것인가

여행을 제외하고 영어권 국가에 발을 들일 일이 없던 전형적인 토종 한국인들에게는 수많은 공통점 중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영어를 읽고, 쓰고, 듣는 것은 가능하나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 또한, 스피킹이 불가한 사분의 삼 형 인간이다. 읽고 쓰고, 듣는 것은 가능하나 말이 불가능하다. 말을 시작하면 갑자기 미취학 아동의 언어 수준으로 회귀한다. 현재 진행형인 스피킹을 정복하기 위한 그동안의 허튼짓들을 써 내려가 보고자 한다.

말하기에 관해 내가 행했던 이상한 짓들을 풀어쓰고자 한다. 그다지 큰 의미는 없는 글이니, 지극히 심심한 분들만 봐주시면 된다.


1. 글로벌 전공수업

대학교를 재학 중에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수업이 꽤 있었다. 학교에 있는 유럽 교환학생들이 참여해 영어를 기반해서 수업과 팀플이 진행되었다. 당시엔 편입 준비 덕분에 영어공부를 꽤나 했었고, 취업준비를 위해 토익스피킹이나 오픽을 공부하고 있어서 뜻 모를 자신감에 차 당당히 수업을 등록했다.

하지만, 그렇게나 활기차게 떠들던 나는 글로벌 수업만 시작되면 철저히 읽기 듣기 쓰기만 반복하는 은둔형 학생이 되었고, 팀플레이를 통해 발표하는 세션에서도, 전날 외워간 스크립트를 꺼내어 출력할 뿐이었다. 체코에서 온 팀메이트가 농담으로 같은 팀이 되었으니 비즈니스 카드를 교환하자고 했는데, 예.. 예스! 해서 오히려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예스 노 밖에 할 줄 모르는 3세 미만 아동 수준의 영어를 구사했다. 결국 진짜 영어는 훈련되지 않았다.


2. 영어 말하기 모임

집 근처 대학가 근처에서 원어민 1명과 한국인 4명 정도가 팀을 이뤄 영어로 1시간 정도 말하는 모임이 있었다. 무슨 참여 당 2만 원씩 내고, 지정된 카페에서 음료도 사 먹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레벨 테스트를 하고 팀을 묶은 것도 아니고, 그 원어민들이 교육 방식에 대해서 학습이 되지 않았기에 1시간은 정말 엉망이었다. 한 명이 독점적으로 원어민과 말하고 나머지들은 듣기만 하는 팀도 있었고, 5명 모두가 상견례 자리처럼 어색한 웃음을 짓는 팀도 있었다. 1시간이 끝나자마자, 나는 환불을 해달라고 하고 자리를 떠났다.


3. 넷플릭스 LLN

회사 입사 후 영어 말고, 영업을 하면서 영어는 잠시 잊혔었다. 유튜브 삼매경에 빠져있다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쉐도잉 영상을 보게 되었고 미드를 통한 영어 공부 방법에 도전하게 되었다. 넷플릭스의 언어 학습 툴인 LLN을 기반으로 영어공부를 진행했다. 미드를 통한 영어공부의 바이블 프렌즈를 틀어놓고, 한 회를 보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한 다음, 문장마다 반복하여 듣고 읽고 톤까지 따라 했다. 방에 박혀서 한 편이 끝날 때까지 하면 거의 2~3시간이 걸리는데 끝나고 나면 혀에 약한 마비가 온다. 이 방법을 오래 지속했다면, 가장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쉽게도 약한 의지로 인해 강제 중지되었다.


4. 영어 회화 과외

선생님의 역량 혹은 교수법에 가장 좌우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피킹은 말하는 것이기에 입으로 떠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듣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그만두었다.


5. 어플 사용

영어회화 어플이 굉장히 많다. 지속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영어회화 어플의 광고에 노출되던 나는 결국 무수한 넛지에 결제버튼을 눌렀다. 스픽이라는 어플을 통해 매일 대략 30분씩 스피킹을 진행한다. 스픽의 특징은 서비스명처럼 말을 하게 시킨다. 표현을 알려주는 것은 10분 내외로 끝나고, 20분 이상을 내가 혼자 계속 떠들어야 한다. 총 3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표현을 알려주는 파트 1이 끝나면, 파트 1에서 다룬 표현을 겁나게 반복하는 파트 2, 원어민과 대화하는 식으로 배운 표현 더하기 새로운 일상 대화를 반복하여 내뱉는다.

처음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아 기초 1탄부터 시작했는데, 쉽게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정확히 말하는 것이 어렵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기에 영어는 꼭 정복을 해야 하는 계단과도 같지만, 매번 끝의 한 칸을 남겨두고 주저앉게 된다. 올해는 꼭 그 계단의 끝에 올라서서, 매월 1회씩 하는 외국인들과의 화상 미팅에서 통역 없이 참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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