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위로에도 나는 끊임없이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되물었다. 남편에게 물었고, 나 자신에게 물었다. 아이가 또래보다 발달이 느리다는 소리를 듣거나 이유없는 투정이라도 부리는 날엔 더했다. 모든 것이 내 탓인것 같아서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매달 초, 가계부를 정리하며 계산기를 두드릴 때도 그랬다. 일하는 엄마가 되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게 더 나았을까 망설였다. 아이가 생기기 전,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던 때를 떠올렸다.
하루하루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경단녀가 되어버리면,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지금 내 생활에 만족할 수 없게 되자 행복은 저 멀리로 사라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자존감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깔끔한 정장을 입고 아침마다 출근을 해야 사회생활을 하는 것일까. 하루종일 잠옷을 입고 아이와 뒹굴고 있으면 집에서 논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일까. 매달 통장에 찍히는 월급이 있어야 경제활동을 하는 것일까. 가계부를 정리하고 살림살이를 살피며 육아를 전담하는 주부는 그저 남편의 월급을 쓰는 사람일 뿐인걸까.
엄격함의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나 스스로의 기준과 원칙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잣대가 필요했다. 내 인생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감과 자존감은 분명 다른 것이겠지만, 그 둘을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서 나눠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보낸 시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은 결국 나에 대한 존중과 배려, 내가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그 모든 것들이 얽혀서 나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자존감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그 것은 내가 믿고 행하는 것들에 대한 확신이며, 나 자신에 대한 신뢰에 기반할 것이다.
내가 선택한 것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부끄러워 하는 것, 조바심 내고 걱정하는 것은 엄격함이 아니다. 그 것은 오히려 나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뒤로 잡아끄는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나에게 조금 더 관대해 지기로 했다.
내가 보내는 시간, 나의 생각들이 충분히 의미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내가 지금의 선택을 하기까지 고민했던 시간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칭찬받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내 행복이 아이에게 전해지도록 내게 주어진 시간을 감사하면서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