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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콩 Mar 26. 2024

4년째 결혼하는 중입니다 - 파트 2

특이한 결혼식, 해적 결혼식. 


 2019년 우리는 결혼을 약속했다. 아마 2021년 브라질에서 해적컨셉의 결혼식을 하고 2022년 한국에서 한국식 결혼을 하자는 이야기를 간략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고 우린 2020년 한국에서 (나 혼자) 혼인신고를 먼저 하게 되었다. 계획한 데로 타임라인에 맞춰 일어나진 않았지만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간 우리가 계획했던 일들은 모두 일어났다. 


2020년 한국 혼인신고

2021년 결혼반지 제작 및 브라질 혼인신고, 포르투갈 혼인신고 실패(언제 간 하겠지)

2022년 양가 상견례 및 한국 결혼식

2023년 브라질 결혼식


마지막으로 이루어졌던 2023년 브라질 결혼식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우린 미국, 세네갈 등을 오가며 살아왔던 터라 사람들이 미국결혼식은 언제냐, 세네갈 결혼식은 언제냐 우스갯소리로 물어본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결혼식을 뒤로 더 이상의 결혼식은 없다는 것을 먼저 명시하고 싶다. 


브라질에서 해적 결혼식은 알렉스의 오랜 꿈이었다.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이 종교인 알렉스는 해적의 수가 감소함에 따라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그러하여 해적을 믿는다 뭐 그런 종교를 믿는다. 워낙 괴짜 같은 남편이라 처음에 장난인 줄 알았는데 꽤 진지하다. 

출처 : 위키피디아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그러나 I, Pastafari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꽤 그럴싸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기독교의 시초에 대하여 질문을 하고 종교의 원천이 어디서 나왔고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의미를 묻는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왜 알렉스가 이 종교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 것도 같다. 


여하튼, 이 시작으로 우리는 해적배를 알아보고 계획을 세워나갔다. 장소는 브라질의  Iha bella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일랴벨라에서 이루어졌다. 처음 계획한 게스트는 약 100명 이내로 배 한 척만 렌트하려 했으나, 대가족, 친구가 너무 중요한 브라질의 가족구성원이 너무 컸기에 150명 정도로 늘어났다. 그리하여 배 한 척을 더 대여하게 되었다. 

브라질은 참 가족, 친구가 중요한 나라이고 그것을 수용하는데 매우 적극적인 것 같다. 게스트 중 알렉스 친구의 동생, 동생의 여자친구 혹은 친구의 사촌동생 등 여러  친구의 가족들까지 참석하는 걸보고 신기하다 생각했다. 만약 한국이었더라면 네이트 판에 올라오지 않았을까..? 


준비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결혼식 이후로 결혼식 준비의 버블을 매우 심각하게 느꼈고 히든비용을 내지 않기로 다짐했다. 


알렉스 옷 + 드레스 + 헤어장식 = $ 373

배 두척 대여  = 약 $ 2,000

사진기사 = $ 200

요리사 & 바텐더 $160

주류 & 음료 = $300

음식 = $300

부케 = 0 (할머니 꽃집 찬스! 직접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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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 : $3,333


이렇게 비용을 다 계산하 고나니 400만 원이 안 드는 돈이 들었다! 여기서 추가로 들었던 것은 가족 및 친구들 비행기값, 숙박비였다. 별도로 축의를 받지 않는 대신 각자의 비행기값과 숙박비를 지불하였고 (한국에서는 한국의 물가를 고려하여 외국에서 온 게스트들에게 별도로 제공했었다) 음식은 브라질식 바비큐로 배에서 구워서 나눠먹었다. 물론 브라질의 물가가 너무 좋아 저렴하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벗어나 마켓 경쟁에서 벗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배는 10시에 출발해 세 곳을 방문했고 결혼식을 하고 모두가 한 마디씩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소중한 파울라는 한마디 하다가 눈물을 글썽여 나까지 눈물 나게 만들었다. (내가 결혼식에서 눈물을 글썽일 줄이야) 이 결혼식은 나의 소중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이렇게나 씩씩한 신부가 세상을 모험해 나갈 것이고 당신들과 함께 여생을 살고 싶다는 의미가 있는 결혼식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친구는 가족과 같은 존재이다. 한 명 한 명 모두 너무 소중하고 잃고 싶지 않은 존재 들인 것이다.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함께 실수하고 웃고 떠들고 아파하며 성장한다. 이 소중한 시간들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식 준비도 모두 함께여서 할 수 있었다. 같이 부케를 만들고 바쁜 나를 대신해 영어를 못하는 나의 가족들을 챙겨주고 메이크업을 같이하고 웃고 수영하고 떠들고, 20년, 30년 지기 친구인 것처럼 정말 진정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결혼식은 성혼선언문과 함께 보통 가족과 친구들에게 앞으로 잘 살아갈 것을 맹세하고 시작을 알리는 시간이라고 한다. 나는 이 시간이 우리 둘만의  맹세와 시작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는 것을 알리고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다. 문화적으로 장시간을 결혼식에서 보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하객들의 불만을 들어야 했고, 한국 내에서 너무 먼 곳을 초대한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가져야 했다. 우리는 정말 삭막한 세상에서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진정한 결혼식 문화를 가지는 날을 기대하며 나의 4년째 결혼식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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