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서도 성공하려면 결국 좋은 고객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9월 22일, 무신사 스탠다드 대구 동성로 플래그십 스토어가 공식 오픈하였습니다. 서울 지역 외 첫 오프라인 매장인 만큼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그랜드 오픈 이후 3일간 누적 매출이 무려 3억 8천만 원, 방문한 고객도 2만 8천 명에 달했다고 하니까요. 참고로 1호점인 홍대점은 오픈 주말에 1억 7천만 원, 2호점 강남점은 1억 9천만 원을 기록했었다고 하니, 이번 동성로점의 성적은 더욱 대단해 보입니다.
비록 직접 이러한 오픈 열기를 체감하진 못했지만, 무신사 측에서 오픈 하루 전 진행한 미디어 투어에 초청받아, 매장을 미리 둘러볼 수 있었는데요. 확실히 이번 동성로점 오픈이 무신사 전체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매장을 만든 목적이 바뀌었는데요. 기존 1,2호점의 경우 브랜딩에 집중한 공간이었다면, 3호점인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는 철저히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이는 곧 앞으로는 무신사의 오프라인 공간들이 실제 판매가 일어나는 고객 접점 역할을 수행한다는 걸 뜻하는데요. 10월에 공개될 예정인, '무신사 대구' 역시 기존 무신사 테라스와 달리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대구 동성로는 수도권 외 지역의 최대 상권 중 하나로, 여기에 매장을 오픈한다는 건 곧 전국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습니다. 많은 SPA 브랜드들이 대구 오픈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점포 확장에 나서곤 했는데요. 실제로 무신사 스탠다드 역시 올해 내 부산 서면점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무신사는 이러한 오프라인 확장을 통해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요? 저는 오래전부터, 무신사 스탠다드가 유니클로의 대체할 최적의 후보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유니클로는 2019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출 1조 3,781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의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으며, 1년 만에 매출이 반토막 나고 맙니다. 가장 최근 회계연도 기준의 연간 매출 역시 8,036억 원으로, 아직 전성기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고요. 반면 탑텐, 스파오 등 국내 브랜드는 유니클로가 외면을 받는 동안에도 그 자리를 완벽하게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무신사 스탠다드는 온라인 매출로만 비교하면, 유니클로, 탑텐 같은 상위권 브랜드 못지않은 수준의 규모로 추정됩니다.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강남점과 홍대점을 합해도 연간 200억 원 정도에 불과하기에, 산술적으론 매장 숫자만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면 금방 덩치를 키울 수 있는데요. 실제로 이번 투어에서 무신사 관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향후 출점 속도를 더욱 높일 예정이며, 유통사 입점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신사 스탠다드 자체가 가진 상품 경쟁력 자체가 확실하기에, 충분히 단시간 내 급성장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선 원가율이 경쟁사들은 4~50% 정도인 반면, 무신사 스탠다드는 6~70% 정도로 가성비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는데요. 이는 애초에 PB 브랜드를 만드는 이유 자체가 수익성보다는 고객 만족도를 높여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또한 상품 품질과 가격뿐 아니라, 구색 측면에서도 무신사 스탠다드는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동성로 매장은 홍대점 대비 2배 이상 큰 면적이라 하는데요. 보통 일반적으로 공간이 이렇게 확 커지면 오프라인 기반 브랜드는 매장을 채우는 데 애를 먹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무신사 스탠다드는 공간적인 한계가 없는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답게, 여전히 매장을 더 크게 만들 여력이 충분합니다. 사상 최대 규모인 동성로점에도 온라인 대비 50% 정도의 상품만 매장에 진열되어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이번에 스포츠나 언더웨어 조닝을 최초로 구성했다고 하나, 여전히 키즈 라인 등은 빠져 있었습니다. 추후 더 큰 매장은 물론, 다양한 타입으로 오프라인 확장이 가능한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라서 그런지 오프라인 공간 경험을 대하는 자세도 색다릅니다. 말로는 상품을 다양하게 보여주는데 집중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경쟁 브랜드 매장과는 쾌적함의 정도가 달랐습니다. 상대적으로 넓은 고객 동선과 적은 구현물로 쇼핑 편의성을 확 높였거든요. 또한 피팅의 중요성을 더욱 체감해서 그런지, 동성로점 내에는 기존 매장 대비 2배로 늘린, 무려 28개의 피팅룸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단지 숫자만 늘린 것이 아니라, 개별 피팅 공간의 면적도 90% 이상 키웠다고 하고요. 이러한 매장에 고객이 안 몰리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꼭 이와 같은 오프라인 확장이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무신사의 미래에 독이 될 가능성도 존재하는데요. 무신사 스탠다드의 최대 강점인 가성비와 다양성이 오프라인과 만나면, 역으로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신사는 의도적으로 무신사 스탠다드의 원가율을 높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낮은 마진으로도 브랜드 유지가 가능한 건, 무신사 스탠다드가 유통 수수료에서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확대되면, 일단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이 확 늘어나고요. 향후 유통점에 입점이라도 하게 되면,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지게 됩니다.
또한 상품의 다양성이 여기에 더해진다면 수익이 더욱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슬랙스 라인만 38개를 만들 정도로, 패션에 진심입니다. 이렇게 여러 취향을 만족시키는 기본템이 무신사 스탠다드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많은 상품 수는 곧 운영 비용과 재고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더욱이 오프라인 매장이 늘어날수록, 복잡성이 증가하여 이와 같은 비용 통제는 더욱 어려워질 거고요.
결국 답은 높은 매장과 재고 회전율뿐입니다. 아무리 마진율이 박하고, 고정비가 높아도 많이 팔리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매장 수 확대는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합니다. 아무리 팬덤이 강한 브랜드라도 매장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개별 매장의 효율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결국 지금과 같은 흥행을 언제까지 무신사 스탠다드가 이어갈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무신사는 더욱더 고객 경험에 집중해야 합니다. 만족한 고객 경험 만이 지속적인 흥행을 보장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경험 자체는 꽤나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무신사의 본진인 온라인과 연결한 옴니 경험을 솔직히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장 재고를 온라인에서 바로 확인을 할 수 없다던가요. 아니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가격이 상이해서, 계속 비교하게 된다는 점도 불만 포인트였습니다. 같은 선상에서 고객 혜택 차원에서도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인상을 받진 못했고요. 이러한 옴니 요소들이 개선되어야 무신사 오프라인 공간의 장기 흥행이 가능할 겁니다.
또한 이와 같은 고객 경험을 핵심 고객의 외연으로 확장할 방법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온라인에서 무신사 스탠다드를 사랑하는 고객들이 오프라인까지 찾는 것에 가까워 보이긴 합니다. 이와 같이 제한된 고객 풀로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요. 따라서 앞으로는 오프라인이 새로운 채널로써 무신사 스탠다드, 더 나아가 무신사의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미디어 투어 중 인상적이던 부분 중 하나는, 강남점 매장 1층이 원래 남성 조닝이었지만, 여성 조닝으로 바꾸면서 전환 효율이 좋아졌다는 부분이었는데요. 아마도 이는 무신사와 무신사 스탠다드를 잘 모르던 여성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지나다가도 유입되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이처럼 오프라인 접점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만들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키즈 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가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거고요. 무엇보다 장기적으론 시니어 고객들을 새롭게 유입시킬 방법을 얼른 찾아내야 할 겁니다.
앞으로 무신사는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성공을 거둬야만 합니다. 이커머스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이 정체된 마당에, 본인들이 여전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무신사에게 남은 대안은 오프라인과 글로벌뿐이기 때문입니다. 이중 글로벌은 단기간 내 성과를 거두기도 어려울뿐더러, 플랫폼으로 접근하는 것보단 콘텐츠로 접근해야 성공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왜냐하면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무신사 스탠다드와 여러 파트너 브랜드들을 이를 기반으로 더욱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무신사 스탠다드의 경우 독자적인 브랜드로 거듭난다면, 그 자체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2024년이 특히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올해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와 서면, 그리고 편집샵 무신사 대구까지 테스트가 끝난 후, 내년은 정말 본격적인 확장의 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오프라인 실적은 결국 무신사의 IPO 흥행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겁니다. 따라서 아직 테스트 단계인 지금 빠르게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야 하고요. 저 역시 이를 앞으로도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보며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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