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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Jun 26. 2023

지그재그 첫 팝업스토어, 투박해서 오히려 강렬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2만 명이 찾은 지그재그의 첫 팝업, 오직 본질에 집중하다

이 글은 패션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컨퍼런스&미디어 플랫폼 [디토앤디토]에 기고한 글입니다



지그재그가 최초로 선보인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의 일주일간 누적 방문객이 2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2,500명 이상이 방문하고, 공휴일에는 최대 4천 명 가까이 방문했다고 하는데요.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개된 이벤트답게, 지그재그 안에 있는 다채로운 브랜드들을 경험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지그재그 캠페인 분석 글 보러 가기



# 브랜드의, 브랜드에 의한, 브랜드를 위한


 그래서 상당히 팝업스토어 내부는 상당히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는데요. 매장 양쪽에는 행거들이 배치되어 있고, 팝업스토어에 참여한 브랜드들이 이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방문한 고객들은 자신이 경험했거나 선호하는 브랜드로 가서 옷을 고르곤 했습니다.


ⓒ트렌드라이트


 그래서일까요? 이번 팝업스토어는 마치 지그재그 안에 브랜드들이 입점한 것을 은유적으로 나태는 것 같았습니다. 각 브랜드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로고가 명확히 드러내며 일정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만족스러웠을 겁니다. 특히 일부 브랜드들은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별도 이벤트까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브랜드들에게 자리를 나눠 준 대신,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면서요. 이러한 것들이 단지 이번 팝업스토어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지그재그의 전반적인 운영에도 이어질 거라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그재그와 브랜드들을 모아 만든 생태계의 축소판이 이번 팝업스토어였던 셈인 거죠.



# 결국 오프라인 경험의 본질은 피팅


 이처럼 다소 파격적이었던 공간 구성과 달리, 비주얼적인 요소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최근 팝업스토어들이 인스타그래머블한 포토존을 넣는 것이 대다수인 것에 비해 특별한 포인트가 없었거든요. 계산대 한쪽에서 SNS 인증 이벤트를 진행하긴 했으나, 이것 역시 존재감이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트렌드라이트


 하지만 유독 사람이 몰린 곳이 있었으니, 바로 피팅룸이었습니다. 피크 타임 때는 아예 팝업스토어 입장을 통제하면서까지 적정 인원수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요. 피팅을 하려면 상당한 대기를 각오해야 했습니다.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인증 사진을 남기는 대신 방문한 고객들은 모두 상품을 고르기 바빴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지그재그가 힙함은 다소 놓쳤을지도 몰라도, 스토어의 본질만큼은 확실히 잘 구현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프라인 패션 스토어의 본질은 많은 고객들에 시선을 붙잡는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고, 피팅까지 이어지게 하여 실제 구매로 전환시키는 겁니다. 이는 온라인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한데요.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며 핏을 확인하는 경험은 오직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합니다. 적어도 지그재그는 최근 본 여러 팝업 중에서 이러한 기본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했습니다. 체험 요소는 과감히 덜어내고 빡빡할 정도로 진열 상품은 늘린 매장 다운 매장. 그래서 더욱 고객의 관심은 브랜드와, 그들의 대표 상품에 머물렀을 거고요. 이는 매출 전환으로 이어져, 브랜드들의 만족감 역시 더욱 커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완벽했던 구매 경로 설계 (Road to 직진배송)


 그리고 여기서 고객은 맘에 드는 상품을 찾으면 당연히 바로 구매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당히 좁은 공간에 매우 다양한 상품을 전시한 것을 감안하면, 오퍼레이션은 나쁘진 않았습니다. 요청만 하며 사이즈에 맞는 옷을 가져다주거나, 재고 확인 등은 빠르게 되었고요. 창고 공간까지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상품과 사이즈 별로 상당한 수량을 미리 잘 준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트렌드라이트


 하지만 물론 완벽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고 피팅까지 하게 하는데 집중하다 보니, 집어온 상품을 바로 살 순 없었거든요. 주문서를 작성하면 직원이 이를 뒤편 창고나 아예 외부에서 가져온 후에야 결제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매를 하려면 자연스레 대기 시간이 10여 분 정도는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작은 불편 역시 어쩌면 미리 설계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는데요. 동일한 상품을 택에 있는 QR을 통해 지그재그로 이동해서 구매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내부 전시된 모든 상품은 지그재그의 자체 배송 서비스, 직진배송 상품이기도 했고요.


 더욱이 강력한 온라인 주문 트리거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입장할 때 발급 후 1달 동안 사용 가능한 3,000포인트를 지급해 주었고요. 구매 단계에서 온라인 주문을 선택한다고 하면, 당일만 사용 가능한 추가 3,000포인트까지 주었는데요. 이처럼 뒷단의 프로모션을 잘 설계해 두었기 때문에, 공간의 한계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편 요소로 인한 불만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은 물론, 직진배송 이용 경험을 자연스레 유도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 때론 직구가 가장 강력한 법


 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나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접점에서 고객과 만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번 지그재그 팝업스토어 근처에도 이구갤러리와 EQL 스테이션이 있기도 했고요. 다만 이들 중 일부는 너무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곤 합니다. 브랜드와 상품을 온전히 느낄 여지를 주지 않고, 이벤트나 포토존에 너무 힘을 쏟는다면 차라리 안하니느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지그재그 팝업 스토어는, 경험적인 측면에선 솔직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강렬한 비주얼이나 신선한 체험 요소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니까요. 하지만 대신 고객이 브랜드와 상품에 확실히 집중하게 돕는 측면에서 아주 훌륭했습니다. 순간적인 체험은 그때는 강렬해도 곧 휘발되지만요. 구매를 한 상품은 오래도록 옷장에 남아 지그재그를 떠올리게 할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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