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일상1. 다문화 조카의 숙제
숙제의 답을 알지 못하고 끝난 영통
베트남 새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한국어 숙제가 있는데 도와달란다.
마침 옆에 엄마랑 있어서 조카의 숙제를 같이 확인했다. 언어전달이라는 숙제라고 어린이집에서 단어를 알려주면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 그 단어를 말하는 거다.
우리는 오늘의 언어전달이 뭐야?라고 조카한테 물었다. 조카는 문이라고 했다. 똑똑 들어갈 때 여는 문?이라고 또 물었다. 근데 조카가 아니란다. 그럼 물인가 싶어 꼴깍꼴깍 먹는 물이야? 그것도 아니란다. 어떤 단어인지 설명도 안 하고 그 저 문이라는데 답답했다. 조카도 답답했는지 먼저 영통을 꺼버렸다.
어린이의 숙제라는 게 참 그렇다. 각자 놓인 환경에 따라 숙제의 질이 다르고 그걸 공개적으로 다 같이 확인하는 자리에서 자존감 올라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카의 숙제를 못 도와준 거 같아 미안했다.
오빠는 술 먹고 뻗어 자버려 도움받을 대가 없어서 영통 했다고 새언니가 해탈하듯 말했다.
엄마는 새언니보고 네가 못 먹게 했어야지 조카랑 같이 말렸어야지 탓하며 말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우리 엄마지만 시어머니라는 인격은 정말 무서운 거 같다. 나 같음 그런 인간으로 키워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을 텐데...
나의 소중한 조카는 이제 6살인데 베트남은 잘하려나 한국말은 아직 무슨 말하는지 알아듣기가 힘들다. 건강하게 잘 자라겠지 싶지만 오늘 영통하고 나니 이런저런 걱정으로 가득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