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면서 치유받기_4탄
가로등 아래 발길을 멈추고 잠시 그간의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 오르도록 어둠을 피해 달려와 그 끝에 섰는데 멀리 보일 것 같던 희미한 불빛만 좀 더 선명해 졌을 뿐 그 앞에는 다 쓸어져 가는 위태롭게 서 있는 처량한 철골 구조물만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힘들게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그 곳으로 가야할 목표를 세웠을 때 환한 불빛은 나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으나 오르막길이 내게 다시 내리막길이 되는 순간 어둠을 뚫고도 남을 것 같은 그 빛들은 남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그 무게감을 내게 짊어 지우기 시작했다.
어디서나 빛은 그 존재 만큼이나 환한 불빛이었는데 왜 그 때는 그것이 마냥 어두운 터널 속에 날 가둬 놓기 위해 마련된 덫처럼 평생 이곳에 붙잡아 놓을 것 같은 무서운 존재로 느껴졌을까…
내 맘 속 어둠은 언제나 음침하기에 더 꺼내어 보기 무섭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의 순간들을 던져 놓은 공간들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그곳에 던져 놓아야 할 것들이 생겼을 때 희미한 불빛만 가슴 속에 간직한 채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조각들을 두려워하면서 어쩔 수 없이 또 그곳을 향해 발을 내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희미한 빛은 등지게 되고 정상을 향해 찬란히 빛나는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 다 다르게 되면 그 곳에 모든 행복이 자리하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밝음이 어둠 속에서 비로소 빛을 낼 수 있었던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지금 난 또 다시 어둠을 향해 발을 내딛을 수 밖에 없다. 그 끝에 내게 남아있는 고민의 시간과 선택의 기준은 없다. 오로지 저 길로 다시 걸어가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