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요? 20대 끝자락에서도 여전히 이 질문이 머리에 꽉 차 있다. 노랫말이기도 한 이 문장은 흥얼거릴 때마다 내게 물음표를 한아름씩 더 안겨준다. 미술 작가, 가끔 디자이너, 그리고 환자. 아직도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고, 그 이유에 환자라는 사실이 너무 강력한 것 같다. 건강이 조금 나아졌다고 느껴서 생긴 조바심일까. 내게 주어진 것들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데. 감사한데.. 거기 ‘감사하다’라고 확실하게 종지부 찍지 못하는 내가 달갑지 않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무엇이 되었다고, 또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있다고 끝이 아니란 건 쉽게 알 수 있다. 언제나 과정이고 또 언제든 오늘. 그렇다면 끝이 아닌 만큼 끝없이 자라나는 사람이 되어야지. 가장 많이 자란 오늘의 내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나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요?’라는 어린 스스로의 질문에, 그 가볍지 않은 노랫말에 언제든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나는 성장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답하고 싶다.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덧붙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