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과 발견의 차이를 배울 어릴 적에는 ‘이전에 없던 것’을 창조해내는 발명이 훨씬 위대해 보였다. 그 시절의 나는 발견을 설명하는 문장 속 ‘원래 있던 것’이라는 말에서 시시함을 느꼈나 보다. 원래 있는 걸 찾아내는 것보다 이전에 없는 걸 만들기가 더 어려워 보였다. 글쎄, 발견도 발명 못지않은 대단한 일인데 말이다.
흥미롭게도 크고 나서는 발명보다 발견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세상에 없는 것을 상상하기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가려져 있는 것이 무엇일까 파헤치는 쪽에 더 관심있는 사람이었다. 그 흥미는 비밀과 관련 있다. 비밀은 궁금증을 일으키고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데, 발견은 이런 비밀을 내포한다. 숨겨진 것, 감추어진 것, 모르는 것 등 알쏭달쏭하고 온갖 비밀스러운 것이 발견의 대상이 되니까. 한마디로 발견은 세상에, 혹은 발견자 자신에게 가려져 있던 것이 새롭게 펼쳐지는 일이다.
발견은 사회학이나 과학 같은 학문 분야뿐 아니라 삶의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일이기도 하다. 밥을 먹다가, 청소를 하다가, 책을 읽다가, 대화를 하다가 우리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삶에 적용되는 발견의 대상은 더욱 무궁무진하다. 나일 수도, 너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질투일 수도, 기쁨이나 슬픔일 수도 있으며 지식일 수도, 진리일 수도 있다. 여기 다 쓰지 못한 정말 많은 것들이 ‘무언가’, 즉 발견의 대상이 된다.
세상과 삶 속에 비밀스럽게 숨겨진 것을 간절히 찾는 중에, 때때로 나도 모르는 중에 하게 되는 발견. 보물 찾기나 숨바꼭질 같은 이것의 매력이 나는 좋다. 그러다가 전에는 없던 나만의 것을 발명할 수도 있는 거겠지. 그러므로 나는 발견자로 살아가길 소망한다. 작고 소소한 흔적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삶에 생동을 만들어내는, 작지만 위대한 발견자가 되고 싶다.
오늘은 또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2020년에 쓴 내용을 다시 업로드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