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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

by 안혜빈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닭강정을 가져가기 위해 낑낑댔다. 이 식당의 셀프바 음식은 보통의 뷔페에 가면 볼 수 있는, 뚜껑이 한쪽에 붙어서 조개처럼 여닫는 형식의 냄비 안에 있었다. 전체적으로 음식이나 기타 필요한 물건들 모두 적당한 높이와 위치에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어 쾌적하고 편한 식당이었지만 이 아이한테만은 그러지 못한 것 같았다.


주의 깊은 아이라면 음식을 담아 가져가는 일쯤은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이 여자아이도 그렇게 혼자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음식이 담긴 냄비 뚜껑 손잡이는 아이 기준으로 겨우 닿았고 뚜껑을 완전히 열려고 하면 손잡이가 하늘 높이 올라가 버리는 게 문제였다. 애써 까치발을 해도 아이에게 어려웠던 건, 당연하게도 모든 것이 성인의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아이로서 시도해 볼만한 방법은 뚜껑을 던지듯 조금 열어두고 내려 닫히는 사이에 잽싸게 닭강정을 가져가는 것이었는데, 썩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옆에서 슬쩍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내가 열어 줄게’, 하고 아이가 힘겹게 열던 그 뚜껑을 활짝 열어주었다. 그 아이가 닭강정을 마음껏 접시에 담는 것을 지켜보다가 닫으려 할 때엔 ‘닫아 줄게’, 하고 뚜껑을 부드럽게 닫아주었다.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내 눈을 보고 약간 어색한 듯 ‘고맙습니다’, 하고 한 마디 건네었다. 도움이라기엔 너무 싱거운 일이라 어떤 감사 인사를 받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나는 순간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작은 아이는 그새 도망치듯 자기 테이블로 사라진 채였다.


천천히 자리로 돌아온 나는 방금 전 있었던 일을 곱씹었다. 아이의 인사에 ‘천만에. 맛있게 먹어.’하고 답해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작은 아쉬움과 별것 아닌 친절, 받은 감사 인사. 입안에서 씹히는 닭강정은 달콤하니 자꾸만 먹고 싶은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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