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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eye Apr 23. 2016

헤이즐넛 커피 향 속 달콤한 시럽

갈 수도 없는 먼 곳에 나는 살고 있다

하늘이 누워 아주 피곤할 시간

가보지 못한 파리를 기억해본다

에펠탑 꼭대기에 서 있는 나의 모습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한다

검고 녹슨 머리카락 한 가닥을 털어내고

헤지고 낡아 빠진 빵떡 모자를 써본다

여기 이쯤은 세느강이었던 것 같다

갈지자로 흩어지는 물결에 이름을 적어본다

물이 갈라지며 기적 같은 나의 이름 석자가 나타난다

순식간에 메워지는 공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강물은 무심히 굴러가고 있다

다시 써보려 손을 내밀고

이내 손이 부끄러워진다

나는 기억한다

 파리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곳을

그 곳에서 마셨던 헤이즐넛 커피 향 속 달콤한 시럽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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