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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eye Jul 07. 2016

감자 삶기

우연한 일상

아침 일찍 일어난 날이지만 여유롭지 않다.

샤워기에 몸을 던지고 차가운 물살이 스치면 나는 문 밖으로 나선다.

차의 엔진에 시동을 걸고 내가 가야할 곳만 바라보고 출발을 하면

하필이면 이때 잊었던 것들이 생각난다.


내 빨래들, 어제 밤에 세탁기에 돌려 놓고 그냥 잠이 들었었구나.

아 돌아와서 다시 빨아야 하나?

분명 새로 빨았는데 세탁기 밖으로 나오지 못해 다시 빨랫감이 되어 버렸구나.

그 세탁기 밖으로만 나오게 했어도.

아  음식물 쓰레기들. 씽크대에 그대로 놓고 나왔구나.

저녁에 들어오면 쾌쾌하고 상한 냄새가 온 집안을 돌고 다니겠구나.

내가 가지고만 나왔어도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잊지 않고 가지고만 나왔어도, 내가 기억만 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 없다. 나는 문밖에 나왔고 이미 출발해 버렸다.


오늘 저녁은 뭐 먹어야 할까?

에잇. 그냥 다시 감자나 삶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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