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일상
아침 일찍 일어난 날이지만 여유롭지 않다.
샤워기에 몸을 던지고 차가운 물살이 스치면 나는 문 밖으로 나선다.
차의 엔진에 시동을 걸고 내가 가야할 곳만 바라보고 출발을 하면
하필이면 이때 잊었던 것들이 생각난다.
내 빨래들, 어제 밤에 세탁기에 돌려 놓고 그냥 잠이 들었었구나.
아 돌아와서 다시 빨아야 하나?
분명 새로 빨았는데 세탁기 밖으로 나오지 못해 다시 빨랫감이 되어 버렸구나.
그 세탁기 밖으로만 나오게 했어도.
아 음식물 쓰레기들. 씽크대에 그대로 놓고 나왔구나.
저녁에 들어오면 쾌쾌하고 상한 냄새가 온 집안을 돌고 다니겠구나.
내가 가지고만 나왔어도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잊지 않고 가지고만 나왔어도, 내가 기억만 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 없다. 나는 문밖에 나왔고 이미 출발해 버렸다.
오늘 저녁은 뭐 먹어야 할까?
에잇. 그냥 다시 감자나 삶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