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못하는 자
지구가 돈다
계절이 변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빛의 길이가 달라진다
길었던 어둠이 짧아지고 밝은 날의 승리가 찾아온다
추운 날은 따뜻함을 찾고
더운 날이면 차가움을 찾고
난 변화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사람
조절할 수 없는 자
번식의 시간 삶이 넘치는 공간
피하고 싶어도 찾아오는 다음 날
아프지만 고쳐지지 않는 내 기억
사람들이 싫어하는 내 모습을 자꾸만 담아두게 된다
나는 이제 내 기억을 떠나련다
난 적응하고 변화에 복종하는 사람
조절할 수 없는 자
긴 빛의 세상이 도망가고 어둠의 왕국의 다시 돌아온다
어둠이 쫓아온다
번식의 시간 삶의 공간이 사라져 간다
지구가 돈다 돌아보면 다시 내 기억이 있는 자리로 돌아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 기억과 시간은 없다
봄의 여우가 여름의 고등어 가을의 독수리 겨울의 바다
비 꽃 바람 바다 그리고 나
두 시간마다 다시 나를 아프게 하는 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