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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칵테일 Aug 06. 2020

소통에 담긴 두 가지 깊은 의미


가슴에 깊게 박히는 두 가지 대화가 있다. 하나는 대화가 끝난 후 서로의 결속이 강화되는 경우이다. 다른 유형은 대화를 하면서 오해가 생겨 갈등이 고조되는 경우다. 차이는 대화를 할 때 ‘나에게 집중’했느냐, ‘상대의 욕구에 집중’했느냐 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소문난 잉꼬부부였다. 둘의 대화를 들으면 서로의 욕구가 적절히 채워진다는 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드라마를 좋아했다. 할아버지는 TV를 보는 할머니한테 산책 가자고 할 때가 많았다.


“무임아, 산책 다녀오자.”

“TV 봐야 해. 귀찮으니까 혼자 다녀와.”


할머니는 늘 거절했다. 할아버지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손잡고 산책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해야 행복하다는 말로 할머니를 설득했다. 할머니는 마지 못해 ‘그럼 운동이나 해야겠다’라며 할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할아버지에게는 데이트 시간, 할머니에게는 건강을 챙기는 시간이었다.


가끔은 대화의 핀트가 어긋나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가끔 늦은 귀가로 할머니를 속상하게 했다. 그럴 때면 길에서 사과 한 알을 사와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과를 먹이고 싶어서 온 동네를 샅샅이 뒤졌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와 안심하면서도 반복되는 농담에 화를 내기도 했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의 주파수가 엉뚱한 말로 어긋났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일화가 실려 있다. 인간들은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다. 이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렸다. 탑을 세우고자 했던 인간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함께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비슷하다. 같은 언어로 이야기 하지만 원하는 바는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제각각 다른 욕구를 기반으로 한다. “힘들다”라는 말은 “도와줘”, “공감해줘”, “함께 화내줘”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대범한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직설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때론 청자가 되물어야 그 뜻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바벨탑의 인간이 모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저주에 걸렸다면, 현대인은 모두 다른 의사소통 방식으로 표현하는 저주에 걸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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