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다better Mar 27. 2017

게스트 서비스 코디네이터 조은아 무대에 서다



이 이야기는 제가 2015년 Star Cruises에서 Guest Services Coordinator로 근무할 때 이야기입니다.





기항지로의 이동이 주 목적인 페리나 비행기와 달리 승선 자체가 여행이 되는 크루즈는

다채로운 Activity들이 준비되어 있다. 승선 환영파티, 조타실 투어, 조리실 투어, 쇼 밴드 공연,

마술 클래스, 메이킹 클래스, 줌바댄스 클래스 등 여러 Activity들이 있으며 그중에는 승무원들이 공연을 하는 크루쇼가 있다.


내가 갓 승선을 했을 때만 해도 Crew Show에 참가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보통 Crew Show는 모든 Activity를 담당하는 Cruise Department의 Cruise Staff들이 참여하는 것이고

나는 Hotel의 Front Office Department로 Crew show와는 거리가 먼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Crew Show에 참가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퇴근 후 친구들과 Crew Bar에서 치킨 윙에 맥주 한잔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던 날

 Cruise Staff인 친구 JC를 만났다. 



                      (No pax high sea Cruise, Open deck party에서 멋진 Cruise Staff JC와 함께)



JC는 새로운 Assist. Cruise Director님이 Sigh on 했다며 인사를 시켜주었다. 그리고 Sir. Goodie에게

한국에서 온 Guest Services Coordinator Euna라고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다고 소개했다.

남 앞에서 잘 나서는 편은 못 되지만 뮤지컬 배우였던 우리 엄마 딸답게 언제 어디서나 노래를 흥얼거리고 부르는 것을 즐기는 나이기에 노래하는 내 목소리를 몇 번 들은 JC는 언제나

“You are a very good singer.”라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들은 Sir. Goodie 새로운 Crew Show를 준비하고 있는데 오디션에 참가해보지 않겠냐 물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Crew Show 오디션이요? 좋지요! 해버렸다. 전문 댄서가 아니라 승무원들이 참여하는 Crew Show이지만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선내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큰 규모의 무대. (실제로 700석이 만석이라 서서 관람하는 승객들도 많다.)

어쩐지 그 날은 내 안의 부담감과 불안 보다 기대감이 빨랐다. 이곳에서 새로운 경험, 새로운 도전을 통해 얻은 것이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오디션 당일이 되자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싶었지만 새로움이 주는 떨림과 흥분이 기분 좋았다.

캐스팅이 결정되자 쇼를 채울 프로그램들이 정해지고 나는 K-pop을 주제로 무대가 주어졌다. 내가 맡은 프로그램은 발라드 한 곡과 댄스 곡 한 곡. 내 무대뿐 아니라 다른 3개 프로그램의 춤도 맡았기에

연습해야 할 것이 한 둘 이 아니었다.





(Crew Show 포스터 사진 촬영 “Euna! Wacky face!!!” 찰칵)


게스트 서비스 코디네이터로서 내 업무와 Crew Show준비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매일 밤 12시부터 새벽 2-3시까지 리허설을 하고 다음 날 아침 CIP승객의 Breakfast Assist를 위해

새벽 5-6시에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Crew Show를 준비하는 그 바쁜 과정들이 내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평소 노래와 춤을 사랑하는 내게는 지친 일상에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다. 






(F/O, Waiter, Cruise Staff, Housekeeping, Chief, Bartender 등 다양한 부서에서 모인 우리. 우리 부서를 떠나 또 다른 팀이 생겼다는 것도 Crew Show에서 얻은 큰 수확 중 하나이다.) 


그렇게 몇 주를 밤낮으로 연습하던 우리가 처음으로 무대에 서던 날.

그 날의 떨림과 긴장을 잊을 수가 없다. 무대 시작 직전 백 스테이지에서

모두 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던 그 순간.
오합지졸이던 팀이 훌륭한 결과를 내는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온몸의 털이 서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정말 즐겁고 정신없이 쇼를 마치고 손님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아무리 힘들고 피곤했어도 하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모든 일이 다 그렇더라. 막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을 때에는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했을까?

내가 어쩌자고 일을 이렇게 벌인 거지?’ 싶다가 도 하고 나서 보면, ‘그래, 아무리 힘들었어도 하길 잘했다.’ 싶다. 20대는 돈이 아니라 내 경험이 내 이야기가 재산이니까.

지금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700명 이상 관중이 지켜보는 무대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이래서

기회는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쇼를 시작한 지 세 달이 된 지금은 더 이상 무대 위에서 떨지 않고 무대를 즐기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무대에 서기 시작한 지 몇 달 후 SSQ Voice Idol 심사 때 Sir. Goodie가 내게 얘기했다.

처음 쇼를 시작하던 그때 긴장해서 어쩔 줄 모르던 Little girl은 온데 없고

무대를 즐기는 진짜 가수가 내 앞에 있다고.



(Show start 5분 전, 백 스테이지에서 언제나 핸섬한 JC와 함께)


문득 어린 시절 나의 꿈이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하던 나는 많은 10대 소녀들처럼

가수를 꿈꾸었다. 어느 가수의 성공 스토리처럼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꿈을 좇을 용기가 없어 엄두를 못 내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나의 재능이 최고의 가수가 될 만큼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아 펼쳐 볼 생각도 못하고 접은 꿈이었다.

나 역시 이곳에 오기까지 꿈과 현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나는 이곳에서 크루즈 승무원이라는 꿈을 이루고, 어릴 적 용기가 없어 어디서 말해보지도 못한 내 일기장 한편에 적혀있던 꿈도 이루었다. 
크루즈 승무원이 되겠다 했을 때, 크루즈 승무원이 되기 위해 24살에 전문대학에 들어가겠다 했을 때

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우려를 샀었다.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더 잘 해내고 싶었고

잘 해내야 했다. 결국 적은 정보와 좁은 문에도 불구하고 난 이곳에서 내 꿈을 이루고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 앞으로도 남의 시선에, 타인의 말에, 어려운 현실에 흔들리지 말고 내 마음을 나침반 삼아 묵묵히 꾸준히 나만의 길을 걸어가자고.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나의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