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에 빠뜨리지 않는 습관이 있나요? 일기를 쓴다든지, 스트레칭을 한다든지, 피부관리를 위해 이것저것 찹찹 바른다든지... 간혹 내일 할 일들을 미리 정리해놓고, 가방도 싸놓고, 내일 입고 갈 옷까지 골라둔다는 사람도 있다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나는 잠들기 전에 꼭 웹툰을 본다. <마음의 소리>, <정글고> 시절부터 봤으니까 벌써 10년이 넘은 것 같다. 요일마다 꼭 재미있는 웹툰이 두 세개 있는 데다가 매일 밤 11시 언저리가 되면 새 에피소드가 올라오기 때문에, 한 편씩 다 보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다. 나름 잠들기 전에 현실과는 다른 세계관과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릴렉스가 되는 부분이 있다.
특히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들이나 개그물을 좋아한다. 잠들기 전까지 회사나 군대가 나오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왠지 잠이 다 달아나 버릴 것 같으니까. 몇 년 전 <미생>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지만, 현실과 너무 똑같아서 영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낮에는 해외영업팀에서 일하면서 원산지 증명서를 챙기고, 밤엔 원산지 증명서를 빠뜨려서 사고를 치는 신입사원 장그레를 봐야 한다니.
요즘 특히 재미있게 보는 웹툰들은 "인생 2회차"를 사는 이야기들이다. 최근에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런 종류의 웹툰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고, 아무래도 미래를 다 알고 있다 보니 주인공이 먼치킨이 되서 강력한 사이다를 선사해준달까. "아니 저 녀석, 원래 저렇게 강했나", "넌 어떻게 미래를 다 알고 있는 거지" 따위의 대사가 매 회마다 한 번씩은 나온다고 보면 된다.
만약 내가 인생 2회차를 산다면 어떨까. 별로 시간을 돌려서 돌아가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20년 전 쯤으로 돌아가면 우선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대출을 받아서 마곡에 땅을 좀 사고... 그냥 현실 30대의 생각이군요.
빈지노의 노래 중에도 비슷한 게 하나 있다.
만약에 네가 눈을 감았다 뜬 순간
2004년으로 휘릭 학교 가는 버스에서 졸다 깨었고 또 그 순간
정확히 10년 뒤인 2014년까지의 기억들이 너의 머리 안에 고대로 있는 채로
학교 복도에서 나를 보면 먼저 무슨 말을 할래?
...
- <Time Travle>, 빈지노
뒷부분이 궁금하면 노래를 찾아 들어보시길.
반대로, 20년 뒤의 내가 지금으로 돌아와서 나를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잠들기 전에는 양치를 꼭 해." 같은 이야기라면 어떡하지. "LG 트윈스는 2031년에 우승 하니까 유광점퍼는 미리 사둬도 괜찮아." 같은 이야기는 어떨까. 생각만 해도 큰 힘과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썸네일은 네이버 웹툰 <전지적 독자시점>.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