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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Choi Mar 12. 2022

토요일 아침의 스타벅스

고등학생 때였던가,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인생이 바뀐다는 이야기.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인 나는 그 책을 사서 읽고 엄청난 감명을 받고 새벽 네시, 다섯 시 기상에 도전했었는데,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며칠간 야심 차게 실천에 옮기고는 시차 적응에 결국 실패했던 것 같다. 오후만 되면 잠이 쏟아져서 결국 며칠 만에 전격적인 원상복귀랄까.


그래도 군대에서나 첫 직장에 취업하고는 일찍 일어나긴 했다. 다만 점호 시간이나 출근 시간에 딱 맞춰서 늦지 않을 정도로만 일어났으니까 <아침형 인간>이나 <미라클 모닝>에서 이야기하는 새벽 시간의 자기 계발과는 거리가 좀 있긴 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나는 여전히 올빼미형 인간이다. 대충 새벽 한 시에서 두 시 사이에 잠에 들고 회사 출근 시간에 딱 맞춰 일어난다.


주말에는 리미트가 해제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늦잠을 잔다. 원체 집에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난해에는 여러 가지 핑계로 주말에 약속이 잘 없었기도 했고, 나갈 일이 없어지니까 더 이상 안 자고 싶을 정도로 실컷 자고 일어나는 것이다.


지난 구정 연휴 때 집 앞 서점에 잠깐 들렀다가, 나의 오래된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뭘 해도 잘 되는 사람의 모닝 루틴>. 일본인 “시간 관리 컨설턴트”가 쓴 자기 계발서. 일본에선 이런 종류의 자기 계발 책들이 참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샀다가 앞 몇 페이지만 읽고 덮었던 기억이 있지만, 목차를 훑다가 “30분만 일찍 일어나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문장이 궁금해져서 집어 들었다.


내용은 예상하던 대로 일반적인 자기 계발 서적이다. 본인이 회사를 다니면서 아침 시간을 활용해 공부를 해서 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책도 여러 편 썼다는 이야기와 몇 가지 모닝 루틴을 만들고 유지하는 팁이 들어있다. <아침형 인간>이나 <미라클 모닝>을 처음 봤을 때 같은 충격적인 신선함은 없었다. 그런데 어떤 포인트에서인지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난 몇 해간 가장 관심 있었던 주제가 나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었고, 밤에 늦게 잠드는 것은 정말 고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부분이어서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 한번 일찍 일어나 보았다. 예전에는 출근 시간에 안 늦을 수 있으면서 가능하면 가장 잠을 오래 잘 수 있는, 그러니까 가까스로 지각을 면하는 가장 늦은 시간에 일어났다면, 이제는 그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최소 7시간 반은 자야 한다고 했으니까, 일어나는 시간보다 8시간 전에는 침대에 눕는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니까, 출근 시간에 초조하거나 서두를 일도 없어졌고 아침 일찍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책도 읽고 하루를 미리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 너무 좋은데?


딱히 아침형 인간까지는 아니다. 그냥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게 전부인데, 그만큼 조용한 내 시간이 생겼고, 무엇보다 아침을 일찍 시작한다는 감각이 굉장히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줬다. 왠지 아침부터 오늘 하루를 잘 보낸 기분이랄까. (옛날에 새벽 5시 기상에 도전했을 때는 학교 갈 시간이 되면 정말 하루를 다 보낸 것처럼 피곤해져서 문제이긴 했다.) 어차피 예전보다 밤에 일찍 자니까 막상 깨어있는 시간은 똑같은데도 왠지 예전보다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는 첫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 역시 그 하루의 컨디션과 생산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출근 시간에 간당간당하게 서둘러 가면서 SNS를 보거나 이메일을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과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30분 정도 읽으면서 시작하는 것은 꽤 많은 차이를 주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분 좋은 것은 바로 토요일 아침의 스타벅스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주말 아침엔 항상 비몽사몽 침대에 누워서 보내다가 점심쯤 나오면 이미 모든 카페가 만석이고 시끌시끌했었는데, 토요일 아침에 나와 보니 카페에 사람이 별로 없고 고요하기까지 하다.


한산한 토요일 아침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왠지 슈퍼맨이 된 것 같은... 뭐랄까 정말 “슈퍼-”한 기분이 든다. 새벽 네시에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는 진짜 슈퍼맨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그냥 기분이 좋다고요. 하하. 정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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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서 ‘베이컨 치즈 토스트 데워달라고 하면 겉바속촉으로 구워주는데,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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