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Choi Jan 16. 2023

2022 연말정산

해가 바뀐지 어느덧 2주가 흘렀다. 지난 해 말에 여행 중이어서, 연초에는 바쁜 일들이 있어 조금 정신이 없었다는 변명과 함께, 조금 늦었지만 지난 2022년을 회고해보고, 몇 가지 다짐을 적어본다.


몇 가지 작지만 즐거운 변화들이 있었다.   


1. 운동

하반기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했고, 작년부터 조금씩 해오던 필라테스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가을 건강검진 때 콜레스테롤 조절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를 받고는 식단 조절도 시작했고, 그토록 사랑해 마지 않던 햄버거와 콜라를 끊었다. (세상에!)


해가 바뀌고 지난 주 인바디를 쟀더니 체중은 1년간 5kg 넘게 빠졌고, 체지방율도 21%로, 20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체력도 좀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성을 만들어냈다는 것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새해에는 체중보다 체성분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해봐야지.



2. 성경

모태 기독교인이지만 성경을 한 번도 완독해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 매일 조금씩 나눠서 읽어서 결국 1년에 걸쳐 한 권을 통째로 다 읽었다. 매주 설교 말씀을 띄엄띄엄 들을 때나, QT 책으로 부분 부분을 나눠서 읽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전체 이야기를 이제야 겨우 알게 된 것 같은 느낌. 여전히 자세한 내용은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많고 묵상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한 해가 지나면서 삶을 바라보는 렌즈가 조금 달라진 것에는 매일 30분씩의 ‘읽음’이 작지 않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이런 생각들을 종종 하게 되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생각들이다. 삶이란 유한하고 나는 굉장히 하찮은 존재라는 것. 역사는 반복되고 사람은 어리석은 일을 계속해서 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사히 일용할 양식을 먹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그저 은혜로 주어진 감사한 일이라는 것.


성경을 통째로 읽는 것과 별개로 매월 번갈아가면서 잠언과 전도서를 읽었는데, 같은 사람이 썼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통렬한 반성이 전도서에 담겨 있어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만큼 더 지혜로워졌는가와는 별개의 문제이긴 하다. 올해도 다시 한 번 성경을 완독해야지.



3. 테이스티드

테이스티드 브랜드를 시작하고 1년 3개월 정도가 됐다.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이 맨주먹으로 시작했는데, 훌륭한 팀과 뚜벅뚜벅 걸어가다보니 그래도 처음 22년 말까지 목표했던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숫자적으로도 예상보다 훌륭한 성과였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우리 브랜드를 좋아해주는 2만여 명의 팬 분들의 사랑을 받는 자체가 굉장히 기쁘고 힘이 나는 일이었다.


엄마의 마음으로 브랜드의 시작부터 상품, 콘텐츠, 마케팅, 영업, CS, 물류, 행정 처리까지 모든 분야를 오롯이 다 책임지는 입장이 되다 보니 그만큼 몰입하게 되고, 그러면서 배우는 것도 더 많았다. 참 감사한 경험이다.


다만 급하게 성과를 내려다보니, 불필요하게 감정적으로 소진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참 예민한 사람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나처럼 목표 지향적이고 욕심이 많은 사람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것보다 중간에 퍼지지 않도록 신체와 정신을 좋은 상태로 관리하고 연료를 잘 넣어주고 잘 쉬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새해에는 좀 무덤덤해지고 무던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과정을 즐기다보면 또 어느새 목표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4. 뉴욕

두 번의 뉴욕 여행을 다녀왔고, 프로포즈를 했다. 언제나 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아갈 수 있게 해주고, 더욱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게 해주고, 언제 어느 순간에도 내 모든 걸 양보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다행이다. 새해에도, 그 뒤에도 항상 웃음이 가득하게 만들어줘야지.



5. 새해의 몇 가지 다짐

인풋

뉴욕에서 다양하고 좋은 브랜드 경험들을 하면서, 좋은 인풋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깨달았다. 새해에는 더 많은, 다양하고 새로운 인풋들을 넣어야지.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다양한 인사이트 트립들을 다녀야겠다. 더 많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더 영리하게 공부해야겠다. 매일 쓸데없고 무가치한 일에 버리는 시간을 아껴서, 더 다양하고 양질의 인풋을 넣는 데 사용하자.  


평정심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평화의 강이 마음에서 생수처럼 흘러나오는 상태"로 매일 살 수 있다면 어떨까? 화나거나 짜증나는 일 없이,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에도 당황하거나 무너지지 않는다면.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좋으면 쉬는 시간에도 잠재의식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란 믿음이 있다.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일이 그 어떤 성과나 목표보다도 우선하는 이유다.


루틴

늘 한결같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시간을 동일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컨디션의 기복으로부터 오는 감정의 기복을 줄이기 위해서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고, 같은 시간에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자.

그리고 올해는 어떤 글이든 자주 쓰고 싶다. 운동을 하면서 땀을 배출하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는 것처럼, 글을 자주 쓰다보면 생각이 정리되어 간결해지고 더 담백하고 단단해지지 않을까 싶다.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영감과 기쁨을 주었던 뉴욕 Devocion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토요일 아침의 스타벅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