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레어 Apr 04. 2021

비건을 위한 냉장고를 부탁해

슬기로운 비건 생활을 위해 바꾸어야 할 세 가지.


 

 비건을 지향하기로 결심하고 나서 조금씩 일상을 변화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비건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채식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물의 가죽이나 털로 만들어진 옷이나, 동물 실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화장품과 같은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생활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비거니즘은 환경, 윤리, 철학, 동물권, 정치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다양한 영역과도 맞닿아 있는 꽤나 포괄적인 개념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전한 비건이라는 틀 안에 갇혀 엄격하고 철저하게 스스로를 검열하며 지치게 만들지 않기로 했다. 불완전하더라도 오랫동안 꾸준히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고기와 생선, 달걀을 먹기도 한다. (종종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비건이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는 이야기할 수 있다.


 비건이라는 단어를 일상으로 들여놓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제까지는 알지 못했던 식재료를 접하고 조리법을 익혀야 했고, 냉장고와 옷장, 신발장도 점검하고 정리해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주변과 생활 습관들도 돌아보고 점검해 볼 수 있었다.





< 비건 라이프를 위해서 제일 먼저 바꾼 것들 >


가장 먼저 식습관을 바꾸어 나가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전에 냉장고를 정리했다.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처럼 우리 집의 냉장고를 열어서 처음으로 그 안을 자세하게 구석구석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가지를 바꾸었다. 우유와 반찬, 빵을 바꾸었다. 삶에서 이 세 가지를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 하기에 조금씩 줄여 가면서 적절한 대체품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시작했다.


1. 우유를 바꾸기


 우유뿐만이 아니라 요구르트, 치즈와 같은 유제품의 섭취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유제품들은 굳이 먹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식품이기에 구매 리스트에서도 제외시켜버렸다. 대신에 우유를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물성 음료와 대체유들을 구입해서 마시기 시작했고, 요구르트가 먹고 싶을 때는 두유로 만든 요구르트를 구입해서 먹었다. (두유 요구르트는 아직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가 힘들어 직접 만들어 먹기도 했다.) 또한 치즈가 들어가는 요리를 만들 때는 동물성 재료를 첨가하지 않은 비건 치즈를 이용했다. 카페에서는 라떼 대신에 무조건 아메리카노를 마셨고 대체 우유로 만든 라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늘 습관처럼 마시던 유제품을 먹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대체할 다양한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2. 반찬을 바꾸기


 철저한 비건을 위해서라면 젓갈을 사용하는 김치류, 멸치 육수로 만드는 국 등도 먹지 않았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상황이고 엄마가 요리를 하시기에 모든 식단을 채식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엄마도 식탁에서 육류와 계란으로 만든 반찬을 조금씩 줄이려고 노력하고 계시지만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자발적으로 편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요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 스스로를 위해서 다양한 비건, 채식요리를 만들어서 먹으면서 요리의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기회를 가졌다.


 

3. 빵을 바꾸기(간식을 바꾸기)

 

 빵순이로서 빵을 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버터나, 우유, 달걀을 사용하지 않거나 대체 가능한 식물성 성분을 사용하여 만든 빵과 디저트를 판매하는 비건 베이커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비건 빵이나 디저트는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맛있었고 나의 입맛에 딱 맞았다. 그리고 생애 최초로 홈 베이킹에도 도전했다. 우유와 계란,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비건 베이킹 레시피를 찾아서 빵과 쿠키, 케이크를 만들어 먹으면서 베이킹이라는 세계에도 발을 들여놓으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 직접 내린 커피에 직접 만든 호밀빵에 비건 버터를 발라서 먹는 시간은 일상의 행복과 여유를 주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비건을 지향하면서 오히려 삶이 더욱 다양해 졌다.

 비건으로 산다는 것은 삶에서 많은 것들을 없애고, 자제해야 하고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가지의 것들을 비워낸 자리에 오히려 다양하고 새로운 많은 것들을 채워 넣을 수가 있었다. 새로운 식재료와 요리를 접할 수 있었고, 평소에는 관심이 없었던 요리와 베이킹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현실들을 새롭게 인식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렇게 기후변화, 환경, 제로 웨이스트, 동물권과 같은 주제까지도 서서히 나의 일상으로 들여다 놓기 시작했다. 또한 아는 것이 행동하는 것의 원천이며, 나의 작은 행동이 조금이라도 사회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기쁨도 느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비건에 관심이 있고, 비건의 삶을 지향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주변의 것들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것부터 시작하기를 권한다. 건강한 신체는 당연히 따라오는 것일 테고 지금까지의 생활 방식과 소비 패턴을 점검해 보고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대신에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로 삶을 채워 확장시켜 나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럼 우유 대신 뭐 마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