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노믹스(veganomics) 라고 들어보셨나요?
소수의 취향으로만 여겨지던 비건(vegan) 문화가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가장 힙한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코로나 사태 이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인간과 지구의 생존을 위해 환경보호, 동물복지의 윤리적인 이유로 착한 소비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육식을 거부하고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에 머무르지 않고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지 않으며,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어 있거나 동물 실험을 진행하는 화장품과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등 그 범위가 뷰티와 패션에 이르기까지 확장되면서 비건 시장 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와 함께 비거노믹스(비건+이코노믹스)라는 용어가 생겨나면서 최근의 소비와 유통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건(vegan)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신조어로 비건,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라는 뜻.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물건을 만드는 전반적인 산업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비거노믹스, 비건 시장에서 가장 큰 소비의 주체는 M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 이들의 소비는 단순히 기능과 품질, 가격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소비를 통해서 자기만의 의미나 취향 또는 정치적, 사회적 신념 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면서 다양한 sns를 통해서 공유하고 사회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나간다. 이러한 소비 성향은 소수의 전유물이 었던 비건 문화를 환경보호, 동물 복지, 건강, 지속 가능한 삶 등의 의미와 가치들이 결합되면서 M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소비로 까지 이어지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비건은 식품뿐만 아니라 패션, 화장품 등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콩과 버섯, 호박 등의 채소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효모, 섬유질 등과 함께 배양해서 고기의 식감과 풍미를 그대로 재현한 대체육 시장의 규모와 소비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대체육은 공장식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동물 학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의 대체 식품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대체육을 이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들도 증가하고 있고, 온라인과 매장에서도 누구나 쉽게 대체육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대체육과 함께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라면, 비건 쿠키, 비건 빵 등의 식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도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발맞추어 비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 학대나 실험이 없는 재료를 이용해 옷을 만든다. 또한 버버리 구찌, 베르사체 등의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도 모피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와 함께 촉감과 보온성면에서 실제 모피와 큰 차이가 없는 인조 모피 (에코 퍼)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디자인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으로 여러 가지 편의성과 함께 동물복지를 생각한다는 가치에도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건 화장품 시장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의 수요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성장했다. 지난 2018년 글로벌 컨설팅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부터 전 세계의 비건 화장품 시장이 연평균 6.3% 씩 성장해 향후 2025년에는 그 규모가 20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채밍아웃"이라는 말이 있다. 채식과 커밍아웃의 합성어로 채식을 한다는 것을 밝히고 고백한다는 뜻의 신조어이다. 이 단어에는 이미 대중적이지 못하고 마이너스러운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비건은 소수의 전유물도 아니고 까다롭고 유별나다는 수식어도 옛말이 되었다.
식품과 패션, 뷰티, 생활용품 등 우리 삶의 전반에 서서히 스며들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이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라는 팬데믹을 겪고 난 이 시대의 비건, 비거니즘이란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존중이자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