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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Apr 21. 2021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는 없잖아 : 기업문화 (2)

사회에 대한 태도 EP.08 중소기업과 기업문화


 디즈니랜드에서 일할 것도 아니오,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만들 생각도 없다면, (애플에 지원하는 철학자 또한 더더욱 아니시라면) 저의 글이 다른 분들께 어떤 도움이 될까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기업문화라는 게 중요한데, 그게 디즈니와 서브웨이와 애플에서 좋더라, 라는 결론은 아무래도 타인기만적이지 않나 싶은데요. 물론 기업문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해줄 수는 있겠지만 말이에요.


미키마우스에도, 샌드위치에도 관심없다 하시는 분들께.


  내가 지금 다니는 곳이 디즈니랜드나 서브웨이라던가 애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을 안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다들 어찌어찌 회사를 잘 다니고 계신다면, 혹은 행복하게 잘 다니고 계신다면, 혹은 안 다니고 계시더라고 하더라도 내가 앞으로 일해야 하리라는 것에는 동의를 하시겠지요조금 다른 맥락일지는 모르겠지만 왜, 퇴직 후에도 일부러 소일거리를 찾지 않아요? 


오늘 하려는 얘기는 우리들의 대일거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회사라는 것을 분류해볼까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25일에 들어올 저의 월급은 기업의 이름으로 입금됩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기업을 분류하는 기준 중 하나인 규모로 기업을 나누어보겠습니다. 기업은 자산 규모에 따라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산이 10조 원 이상이면 대기업, 5천억 원 이상이면 중견기업, 5천억 원 미만이면 중소기업이라고 합니다. 근데 기업의 자산이 내 자산은 아닐 텐데, 자산규모로 분류한 이 기준이 사실 잘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규모별로 지니는 기업의 성향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데, 저도 동의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feat. 인싸담당자) 먼저,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교육의 규모가 커진다는 점. 대기업의 경우 체계적으로 신입을 육성하는 프로세스에 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알고 있고, 새로 배치받은 신입을 위한 매뉴얼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매뉴얼이 잘 짜인 만큼 그 범위를 넘어서는 실수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제재를 받겠습니다. 개인의 성과 역시 기업의 시스템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회사 안에서 나를 잃어가는 느낌도 그만큼 강하겠습니다. 반대로 중견, 중소기업은 개인의 업무의 역량이, 그리고 의견개진의 폭이 훨씬 큽니다. 개인의 성장 속도와 방향과 폭에 한계가 없습니다. 다만 자신보다 높은 직급의 소수 또는 1인의 결정이 자신의 업무에 미치는 파급력도 무척 강하겠지요. 쉽게 말하면 시스템과 일하느냐, 사람과 일하느냐이겠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누군가를 만나 나의 직업을 밝힐 때 회사 이름으로 소개할 것이냐 아니면 서비스를 설명해야 하느냐 일지도요.


 직원을 위한 매뉴얼이란 어떻게 행동하거나, 어떻게 적거나, 언제까지 완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입니다. 고로 어떻게 일하는 것이 맞겠다는 기준 설정이 이미 되어있다는 것이겠습니다. 이를테면 새로 만들어진 공화국에 도착하여 국민이 되었는데, 공화국에 아직 선포된 헌법도, 법률도, 심지어는 횡단보도도 그려져 있지 않다면…. 어떤 이는 즐겁게 횡단보도를 그릴 것이지만 어떤 이는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편에서도 적은 것처럼 중소기업은 국내 기업의 99%, 전체 고용의 8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중소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연간 약 22조 원의 정책자금을 중소기업 육성에 지원했는데, 이는 총예산의 4.7%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한국판 뉴딜이라고 불리는 디지털화, 친환경화, 안전망 강화 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를 말합니다. 2020년 7월에 시작되어 2025년까지 진행되는 이 투자에는 160조 원의 예산이 배정되었고, 2021년 예산안에 투입되는 자금규모가 21조 3,204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지원금액의 사이즈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투자가 지속되는데 집계되는 생산량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인고 하는데요. 중소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연간 1990년 이후부터 지속해서 하락세를 그리고 2014년 이후부터는 1%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도 벌어져 대기업 생산성의 32%로 하락, OECD의 최저 기록을 보유한 실정입니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 고용인 249명 이하의 중소기업 중 수출하는 기업의 비중은 2% 미만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를 영국 중소기업의 수치인 7.1%, 스페인의 수치인 8.1%와 비교해보면 그 수치가 낮다는 것이 두드러집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편할까요? 지원도 많이 받고, 생산량도 적어졌다면 개인들이 일하는 시간이 줄었거나 더 편히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궁금한데요. 



중소기업의 현실

좋좋소 인터뷰

 중소기업이 마냥 일하기 편한 공간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금은 투입되는데 생산력은 줄고, 그럼 중소기업 안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지난 화에 소개해드린 좋좋소 시리즈가 기억나시지요. 좋좋소 시리즈가 흥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의 현실에 답답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반증일 텐데요. 우리나라 피고용인 83%가 소속된 중소기업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취준생은 이게 진짜 현실이냐며, 정말 열심히 취업준비를 해야겠다는 댓글을 달고, 어떤 직장인은 PTSD가 도지는 것 같다며 피가 말라 더는 못 보겠다며 댓글을 달았습니다.  


 유튜버 빠니보틀의 인터뷰가 3일 전 신동아에 올라왔습니다. 사실 그는 제작비 회수도 생각하지 않고 좋좋소 컨텐츠를 만들게 되었다고 해요. 이 컨텐츠를 만든 목적에 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확한 목적은 현실 고발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자신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중소기업 안 좋으니 가지 말라'라는 말도 안 되는 메시지가 아니기에,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문제지점을 꼬집고 이를 통한 변화를 현실에 더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인터뷰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합니다.


- 좋좋소를 봐 주시는 분들, 앞으로 보실 분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감히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희 드라마를 보시고 바뀌어야 하는 사람은 '사장님'이기도 하지만 직장인 모두이기도 해요. 본인에게 (직장 문화에 관한) 문제의식이 있으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작은 변화를 시도하면 어떨까요. 문화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신입, 사장 가릴 것 없이 조금씩 변화를 일으키면 좋겠습니다."


 중소기업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관련 영화
Anger Management

성질 죽이기 (2003)


 영화의 주인공은 너무 착해서 할 말을 못하고 사는 성격의 데이브 버즈닉이라는 남자입니다. 그는 몇 년째 승진을 시켜주겠다는 약삭빠른 상사 밑에서 성과도 뺏기고, 평소에는 이용만 당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두말할 것 없습니다. 순둥이 중의 순둥이입니다. 

 그러던 중 출장 때문에 탄 비행기에서 난동을 부린 성질나쁜 말썽꾼이라는 오해를 사게 된 데이브는 심리치료를 받으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습니다. 할 수 없이 버디 라이델 박사가 운영하는 'Anger Management'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버즈닉은 욱하는 성향의 환자들에게 둘러싸여 심리 상담을 받게 됩니다. 심리 상담에서 성질을 죽이게 되기는 커녕 점점 성질을 돋구는 박사와 점점 성질이 더러워지는(?) 데이브를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마지막 데이브가 린다에게 “내 자신이 바보취급 당하도록 방치해놓은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쩌면 추천해드리는 영화치고 주제와의 관련성이 낮을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내가(그러니까 여러분께서,) 처한 현실이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 아닐지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의 이유를 더하자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코미디기에 편한 마음으로 골랐습니다.



맺음


 중소기업에 다니지 않더라도, 다닐 생각이 없더라도 중소기업의 기업문화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과 끊임없이 낮아지는 생산율, 그리고 그 기업 내부에서 고통받는 사원들! 이 조합을 보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문제 의식을 느낍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 역시, 공동체의 구성원으서 타 구성원의 행복에 기여하는 행동은 근원적으로 나의 행복을 높이도록 다시금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쓰다보니 또 길어져서 다음화로 나머지 분량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다음 화에서 뵈어요.



레퍼런스
[인터뷰] 웹드라마 '좋소좋소좋소기업' 총감독, 유튜버 빠니보틀
'아픈 손가락' 중소기업 정책
[한국판 뉴딜] “그래서, 한국판 뉴딜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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