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까딱할 용기조차 없어진 나는
누가 그랬다.
"열심히 할수록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누가 그랬냐.
"열심히 할수록 계속 일이 꼬이기만 하고 그에 따른 책임만 떠안게 생겼다고."
그때에 나는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며 불어오는 칼바람들을 맞으며 꿋꿋하게 버티며 웃었다.
'웃으면 복이라도 오겠지'라는 생각이었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왜 웃음으로 버티려 했는지
그때가 같잖아서 웃음이 나오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웃는지 생각이 안 나서
이렇게 되어버린 내가 웃기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열심히 달리느라 돌보지 못했던 두 다리와 박살난 발목과 발.
지금은 휠체어도 타고 목발도 짚고 한 번씩은 계곡물에 둥둥 떠다니듯 날아다니는 법도 배웠는데
두 눈은 왜 박살난 발목과 발만 쳐다보고 있는 걸까.
나도 다른 곳을 보고 느끼려고 노력했었다.
휠체어 타며 느껴지던 땅바닥의 거칠거칠하게 느껴지던 진동과
겨드랑이로 걷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해 준 목발과
다리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푹신푹신한 유영을 느꼈던 것처럼
나도 괜찮아지려고 노력했었다.
지금은 웃을 때면 '이렇게 웃었던가'라는 생각에 어색함이 주변을 춤추고
그때보다 넘쳐흐르는 시간에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 하면,
쳐들고 있는 목에 둘러싼 근육들은 파업했는지
툭 하고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 다시 박살난 발목과 발만 쳐다본다.
이불속에 숨어 작은 네모 칸 안에 기억을 지워주는 빛이 나올까 해서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눌러보다가
툭 하고 떨어진 작은 네모 칸 속 세상엔 나만 없다.
뜨겁게 달궈진 빨간 내 마음속 손가락 까닥할 용기가.
이제는 더 이상
달릴 발목과 발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