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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펄블B Apr 26. 2016

뉴욕, 넌 감동이었어 Day 3

이봐요 주인님, 그만 좀 웁시다.

아무래도 우리 숙소는 사람이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금요일에 이어 토요일까지 11시가 다 되어 일어난 우리에게 아침 일정이란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게 메트로폴리탄 방문은 또다시 오후로 미뤄지고......


어차피 같이 온 언니는 그날 돌아가야 해서 마지막으로 같이 브런치를 먹는데 전날 먹었던 브런치는 내가 바로 뉴욕의 고풍스러움이다!! 였다면 여긴 내가 바로 뉴욕의 젊은 감각이다!! 였달까. 바 형식이었는데도 퇴폐적이기보다는 톡톡 튀는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사실, 식전 빵이 맛있어서 점수가 후하게 나갔다.



2시에 Finding Neverland 티켓 픽업 전까지 타임스퀘어에서 사람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웨딩 촬영을 하는 듯한 일행이 나타나서 눈길을 끌었다. 여자가 입은 파란색 드레스가 너무 예뻐서 가까이 가서 몰래 촬영을 하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도저히 결혼을 할 나이도 아닌 것 같고, 남자는 여러 명인데 신랑 들러리라기엔 신부 들러리는 없는 것도 이상해서 생각해보니 prom 촬영인 것 같았다. 햇빛 쨍쨍한 날씨에 드레스 입고 땀 흘리는 게 안타깝다가도 너무 예뻐 보여서 보럽기도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prom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귀국하기 직전에 토론토에 쇼핑을 갔는데 prom 시즌이라 드레스랑 소품을 파는 곳에서 얼마나 침을 흘리며 구경을 했는지 참..)



이 날의 감동도 그 전날과 같이 3 콤보.


첫 번째 감동은 이날도 뮤지컬. Finding Neverland는 피터팬 작가가 피터팬을 생각해 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건데, 확실히 가족극이라 그런지 위키드보다는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사실 어린애들이 많으면 시끄러울 수가 있는데 오히려 피터팬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참 귀엽고 순수한 분위기여서 기분이 좋았다. 커튼에는 조명으로 P를 만들어놓았는데, 옆에서 한 아이가 "Mommy, see!! There's P in Peterpan!!"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빛 하나가 팅커벨이 날아오듯이 뒤 쪽에서 날아와서 시작한 극은 시종일관 즐거웠다. 변성기 전의 남자아이들의 합창은 언제나 기분 좋은 데다가 연출도 극 분위기에 걸맞게 아름다웠다. 웬디의 모티프가 된 여성의 죽음을 표현하는 것도, 마지막에 한 명 한 명이 팅커벨을 날려 보내는 것도. 결국 또 엉엉 대면서 기립박수를 쳤다. 가족극 보고도 울어....


두 번째 감동은 센트럴 파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가는 길에 센트럴 파크가 있어서 가로질러서 걸어갔다. 난 이번 연도에 벚꽃을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캐나다에서는 벚꽃이 필 때쯤 귀국이고 그렇게 한국에 들어가면 한국은 벚꽃이 모두 져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뉴욕은 한창 봄철이라 그런지 목련과 벚꽃이 한껏 피어있었다. 봄인데도 눈 내리는 데 있다가 와서 그런지, 보지 못  할 거라고 생각했어서 그런지, 봄꽃이 너무 반가웠다. 그렇게 꽃을 따라가다가 길을 잃었던 건... 허허... 나란 길치...


세 번째 감동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폐장 4시간 전에 가서 그 큰 박물관을 다 본다는 건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에 주 목적인 유럽 회화 섹션으로 향했다. 근대 회화의 방 세 개가 클라우드 모네 작품이었다. 초기 하나 후기 두  개. 제일 좋아하는 루앙 성당 연작이랑 낟가리 연작도 한 점씩 걸려있었다. 회화 부분을 대충 한번 훑고 홀리듯이 다시 그 앞으로 돌아가서 하염없이 보고 있는데 폐장시간이라며 가드들이 나를 쫓아냈다. 발걸음이 도저히 떨어지지가 않아서 밍기적대니깐 내가 가는지 확인하려고 내 뒤에서 2층 계단까지 따라오기까지 했다. 쳇. 그런데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데 왜 그렇게 공허감?? 허무감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옛날에 어떤 언니가 뮤지컬 보고 와서 마음이 텅 빈 것 같아서 독한 술 마셨던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 마음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달까. 계단 내려오는데 하도 울어가지고 옆에서 사람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대답해 대체.... 진아야 제발 그만 좀 울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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