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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여노 Dec 25. 2019

결혼 준비는 이제부터

본격 결혼 준비의 시작 - 두 번째, 일찍 하는 상견례와 혼인신고

올해 10월이 결혼식이었던 것에 비해,

우리의 혼인신고는 19년 1월이었기에 상견례는 보다 앞당겨 지난해 11월에 진행했다.

(결혼을 하겠다고 확정하고 나니 그다음은 가속도가 붙더라.)

사람마다 다르지만 요즘은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때에 상견례가 이뤄지는 경우뿐 아니라
당사자들이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한 이후에 결혼식을 몇 개월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상견례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상견례는 나의 고향인 서울에서 이뤄졌다.
남자 친구의 직장도, 남자 친구 남동생의 학교도 서울이기에 시부모님이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시는 방향으로 정했고, 예의 격식을 차리는 상견례보다는 조금은 간단하게 이뤄지기를 바라 커피나 차를 마시는 정도로 하기로 했다. (인터넷에 상견례를 검색하면 나오는 상견례 장소, 예절, 선물 이런 것들이 너무 피곤하고 굳이 따르고 싶지 않았다.)
스케줄 근무인 내 시간과 동생들의 스케줄을 맞추기도 어려울 것 같아 그냥 부모님과 당사자인 우리만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먼 곳에서 오시는데 어떻게 차만 마시고 보낼 수 있냐며 직접 식사 대접이라도 하겠다는 아빠의 의사표시에 우리의 상견례 장소는 한정식집으로 변경됐다.
(이후로도 친척들과 만나는 자리 등에서 우리는 몇 번의 한정식을 더 먹게 되었다. 한정식이 맛도 있고 쉬운 선택이긴 하지만 정답은 아닌데 마치 정답인 것 같은 느낌.... 이 싫어 또 거부하고 싶은 나....

그러나 내적 갈등이 의미 없게도 이후에 양가 어른들을 뵙는 여러 차례의 자리에서 어떤 식사를 하느냐는 나에게 선택권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모든 일이 내가 주체가 되어 이뤄져야 하는 나에게,

대한민국에서의 결혼은 보다 어른들의 영향력과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게 불편했다.

다행히 우리 부모님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에 맡기고 지지해주시는 편이긴 하지만, 반면 스타일이 다른 남자 친구의 부모님, 이제는 나에게 시가 부모님이신 어른들 생각이 다르실 때가 있어 현재 우리는 조율해가는 과정에 있다.  


상견례는 생각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서로에게 실례가 될 수 있는 질문이나 난처한 상황 없이 정말 무난하게 서로의 자녀 칭찬과 음식 맛에 대한 평 정도로 지나갔다. 모든 만남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첫인상, 감사하게도 서로 불편함이 없었던 것 같아 다행이었지.

그렇게 생각보다 무난했던 상견례가 지나가고, 2019년 1월 초 우리는 정말 혼인신고를 했다.

남자 친구의 교육 이전에 혼인신고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2019년 맞이 강릉여행을 다녀오던 길에 둘이 함께 손을 잡고 구청에 가 신고했다.


서명으로 대체 가능하기에 도장도 필요가 없었고, 생각보다도 더 너무 간단하게 이뤄져서 오히려 부모님께 “저희 혼인신고했어요.”라고 말하는 게 민망할 정도였다.

더군다나 일찍이 결혼하는 딸이 못내 서운하셨던 엄마에게 말하기는 왠지 모르게 더더욱 민망해서 일주일이나 지나고 나서야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떼고 말을 했다.


혼인신고서 위에 크게 찍혀있는 혼인신고 후 “취소 불가”라는 단어가 정말 이제는 되돌릴 수 없구나 라는 생각에 괜히 묘했던 기분.

결혼 준비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우리는 벌써 진짜 부부구나.

 



(글을 일찍이 써놓고 발행은 이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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