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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여노 Dec 18. 2019

결혼 준비는 이제부터

본격 결혼 준비의 시작 - 첫 번째 스텝, 식장 예약


"그래, 하자 결혼. 할게 오빠랑"
나름 길었던 투쟁의 끝에 백기를 든 나는 2018년 10월, 결혼을 승낙했다.

혼인 신고는 내년 초에 하기로 했고,
그의 교육기간은 1월부터 6월까지이니 결혼식은 교육이 끝난 후 내년 가을에 하자고 말했는데...

"근데 우리.... 뭐부터 시작해야 하지?"

내 주변에 결혼한 사람도 많지 않고...  
결혼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우리는 식장 예약부터 하기로 했다.
정해진 건 날짜뿐이었으니 정해진 날짜로 할 수 있는 가장 먼저 가능한 일은 식장 예약이라는 흐름?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워낙 부지런해서 1년 전부터 준비한다고 하니 심란한 일부터 해결해놓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웨딩을 할 거야...?"
생각해보니 둘이 생각하는 결혼식은 어떤 건지 대화조차 해본 적 없었던 상황.
(필자에게 결혼은 나중 일이었으니 대화 주제가 될 이유도 없었다.)
준비하기로 하고 이야기를 해보니 그에게는 딱히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없었고, 나는 다른 모든 것(ex. 드레스, 스냅 등등)을 제외하고 딱 하나의 로망이 야외 결혼식이었다.
그 야외 결혼식에 포함되는 사항은 나를 진정으로 좋아해 주고 축하해줄 사람들이 모여 모두 함께 즐거이 웃으며 축하받는 결혼.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 모든 게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인생은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지.

30분, 1시간 텀으로 이뤄지는 바쁜 결혼식은 예전부터 싫었다.  
내 결혼식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음 팀 신랑, 신부의 이름으로 바뀌어있고 
다음 타임 결혼식을 보기 위해 홀 앞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상황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검색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야외 결혼식은 생각보다 날씨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고, 식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야외를 꾸미는 작업들이 나의 정성과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야외 결혼식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점에 문득 발견한 곳은 

내가 정말 좋아했던 드라마에 나온 결혼식 장소!

'아 여기구나.' 노선을 바꿔 하우스 웨딩을 결심했다.

야외 결혼식 같은 느낌을 내면서 날씨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는 곳.
베뉴가 그토록 중요한가? 싶었지만, 중요했다.
결혼에 대한 로망이 하나도 없는 나에게 딱 하나 있는 로망이었으니.

이 로망은 아빠의 영향을 크게 받은 부분인데,
족히 만 편 이상의 영화를 봤을 것 같은 영화광 아빠의 한 가지 소망은 딸의 결혼식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 파티 같았으면 좋겠다는 것.
여기서 말하는 파티는 내가 위에서 언급했던, 나를 진정으로 좋아해 주고 축하해줄 사람들이 모여 
모두 함께 즐거이 웃으며 축하받는 하루를 보내는 일의 느낌이었다.

"아빠는 우리 딸 결혼식이 파티 같았으면 좋겠어~ 다 같이 즐겁고 행복하게 말이야."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다 보니, 내 머릿속 어딘가에는 야외에서 웃고 떠들고 하는 마치 영화 '어바웃 타임'의 한 장면이 박혀있었던 것 같다.
준비하면서 느끼는 바는 그러려면 정말 축하해 줄 사람들만 불러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

스몰웨딩은 애초에 꿈꾸지 않았고 (스몰웨딩을 꿈꾸기에는 필자는 손수 모든 것을 준비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며 그만큼의 자본도 없다.) 야외 결혼식을 하겠다는 내 로망은 하우스웨딩으로 노선을 바꿔 단 하루, 딱 근처 세 군데만 정해서 식장 투어를 갔다.

그리고 역시나, 최애 드라마에 나왔던 장소로 선택.
식장의 분위기나 아담한 크기, 예식 진행 및 순서, 단독홀이라는 장점, 넉넉한 대관 시간, 예식 후 하객들에게 예쁘게 꽃을 나눠주는 부분까지 마음에 들어 큰 고민 없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선택에는 송구스럽게도 하객들의 주차, 식사 등등의 요소들이 고려되지 못했다.
축하해주러 오시는 분들에게 벌써부터 죄송할 따름이다. 계약할 때는 주차가 이렇게 열악한지 몰랐어요...
분명 담당자분이 150-200대는 수용 가능하다며 말씀하신 것 같은데.. 인터넷 후기를 봐도 그렇고,
어찌 된 게 담당자 분도 청첩장 찍을 때 되니 주차가 열악하다는 부분을 강조해서 넣어달라고 하셨다.)

각자가 생각하는 결혼식의 의미, 예산, 기준 모든 게 다르기에 어떻다 이야기할 수 없지만,
기왕이면 결혼하는 당사자가 가장 만족스러울 수 있는 방향으로 하는 게 가장 후회가 남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이런 선택을 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

나의 바람과 같이 소중한 분들의 진심 어린 축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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