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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Nov 06. 2023

JTBC마라톤 대회 후기) 목표달 실패, 그래도 고맙다

세상에서 온전한 것은 노력뿐인 것 같다.

2023년 11월 5일 JTBC마라톤 풀코스에 참가하였고 너무나 완벽하였으나 막판 가슴통증으로 걸어서 싱글(3시간 9분 이내) 달성에 실패하였다.


사실 기록만 빼면 준비부터 실시까지 가장 완벽한 대회였는데 아쉬움보다 모든 것을 열심히 노력한 나 자신에게 너무 감사하다.

지난 6월 9일부터 JTBC마라톤을 준비하였는데

이를 위하여 2,174km를 뛰었고 몸무게는 5kg 감량하였다.

훈련도 몸관리도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였다.

스트라바(러닝앱)의 누적된 달리기 마일리
가민커낵트(러닝앱)의 몸무게 변동추이

대회당일 음식물 섭취에서 복장, 배변 그리고 컨디션 관리도 완벽했다.

출발전 마라톤114 페이스 페인팅

나는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에서 08시 07분에 출발했다.

높은 온도, 오르막길, 강우 등 악재들이 있지만

늘 하던 훈련과 같았고 어려움은 없었다.

5km 지점(Made by 마라톤114 파파)

오히려 일교차 없는 날씨를, 심심하지 않은 주로를,

시원한 빗물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뛰었다.

조금 더 놀라운 것은 26km까지는 언제 그렇게 뛰었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지나갔다.

20km 지점(Made by 마라톤114 돌고래님)
20km지점(Made by 마라톤114 포러스립님)

26km 지점 언덕을 뛰어오르는데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이 쿡쿡 쑤시고 아팠다.

손으로 배를 마사지하며 뛰었고 풀릴 것이다라고 주문같이 수십 번 생각했다.

그리고 다행히 고통은 사라졌다.

33km지점(Made by 마라톤114 곰님)

비가 강하게 내렸고 온몸이 젖었지만 즐거운 달리기는 지속되었다.

그리고 36km 지점에 도착했을 때 오른쪽 갈비뼈 아랫부분이 또 쑤셔오기 시작했다.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뛰었지만 강도가 점점 강해졌다.

38km 지점(Made by 마라톤114 파파님)
38km 지점(Made by 둘째누나)

너무 아파서 숨이 안 쉬어졌고 자세도 무너졌다.

39km 지점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걷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완벽했는데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버리는 순간이었다.

근데 웃음이 났다.

한계가 찾아왔구나 생각 들었다.

그러나 그곳까지 참고 뛰어준 나 자신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걸었고 인내의 한계가 벗어나면 조금씩 뛰었다.

마침내 피니쉬라인을 통과했을 때 무한한 고마움이 감동으로 밀려왔다.

잘 참고 잘 이겨낸 내가 자랑스러웠다.

마지막 3km 페이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페이스를 분석하면서 마지막 3km에 애착도 생겼다.

분명 걸은 기억만 있었는데 몸은 뛰고 있었다.

느리지만 결코 느린 발걸음은 아니었다.


이번 대회는 내게 아주 특별한 훈련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온전한 것은 노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변수에 성패는 달라지지만 노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대회는 특별하지만 지나면 과거일 뿐이다.

사실 이번 JTBC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너무 특별했다.

하지만 이제 과거가 되었고 나는 또 다른 미래로 뛰어가야 한다.

그래서 아쉽지만 2024 동아마라톤 첫 번째 LSD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보통은 휴식을 취하지만 나는 또 달렸다.

다음을 향한 훈련에 돌입하고 빌드업주를 하였다.

2022 JTBC마라톤에게는 좀 매몰차지만...

아마도 평생 아픈 손가락으로 기억할 것 같다.

내가 잘 못 해서도 대회가 나빠서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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