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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Jan 31. 2024

함께하여 축복이 된 시간들...

같이 살던 조카가 군대 갔다.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다.

서로를 사랑해 왔고

우리를 닮은 주니어도 원했다.

하지만 그 소원은 지금은 이뤄지지 못할

희망으로 남아있다.

그렇다고 슬프지만은 않다.

아내와 나

나름 잘 살아왔고 잘 이겨내 왔다.

그러나 큰 결핍이 하나가 있었는데

아이와 함께하는 즐거움이었다.

그렇다고 우리 삶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그 감동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우리부부와 우쭈(우리집 서열 2위)

3년 전 어느 날이었다.

아내가 조카의 재수를 돕고 싶다고

한동안 같이 살면 안 되겠냐고 내게 물었다.

사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너무 조심스러운 질문이었기에 그렇게 하자고 했다.

조금의 자유가 날아가버린 느낌이었다.

2022년 해맞이

물론 불편함이 하나씩 아니 여러 개씩 생겼다.

하지만 삶의 재미도 그러하였다.

무의미한 캔버스 같은 인생에  색색의 물감을 튀겨이벤트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는 느낌이었다.

결혼 20주년 밥먹으러 가는 길

이 친구가 집에 늦게 오는 첫날에는 잠도 오지 않았다.

짜증 나고 걱정도 되었지만 느낌은 묘했다.

어버이날에 처음으로 카네이션을 받았을 때는

무거운 응어리가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결혼 20주년 때 아내와 나를 몰래 찍은 사진은 세월을 담은 우리만의 명작이 되었다.

나의 근속 30주년때 조카들이 준비해준 케잌

사실 그와 있을 때는 많이 참았다.

참견 같은 말은 안 하려고 노력했고

삶을 가르치고 싶은 충동도 참았다.

혼자 고민할 때도 그리고 방황할 때도 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신 좋은 책이 있으면  넌지시 들이밀었다.

밥을 해줄 기회가 있으면 모자라지만 실력을 보여줬다.

운동하고 싶어 할 때면 나는 더 많이 운동했다.

(사실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같이 살면서 우리 아내가 그의 삶에 직접적으로 관여했기에 나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려고 노력했다.

조카가 군입대하는 모습

우리는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3년을 살았다.

그간 조카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였고

몸무게를 25kg 감량하고 멋진 청년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2023.1.29) 늠름하게

군입대를 하였다.

어린시절 개구쟁이 조카

그 새털같이 가볍고 순수했던 아이가

대한민국의 진짜 사나이된 것이다.

그 친구는 내게 축복을 경험하게 해 주었는데

이별까지 이렇게 감동이었다.

어렵고 힘들게 키웠는데 그 행복의 일부분을

우리 집에 나눠준 처제와 동서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앞으로 18개월은 그 멋진 친구와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전우로서 잘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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