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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난이
Oct 28. 2024
진행하기 첫 번째 이야기
가장 힘든 것은 막연함! 그것을 이겨내는 무언가?
1996년
,
난 22살이었다.
연극과 영화를 좋아했는데
내 현실과 너무 닮아서 좋으면서 슬픈 영화 두 편이 그때 개봉되었다.
씨클로와 트래인스포팅의 포스터
씨클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베트남 하층민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고
트레인스포팅은 영국의 뒷골목 마약쟁이 청년의 반복되는 삶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허무한 내 청춘과
닮아서
충격이었다
.
쇼펀하워의 "생존과 허무" 책표지
그때 내가 제일 좋아했던 철학자는
일부에서는
염세주의라고 말하는
쇼펜하우어
였다.
그의 글귀 하나하나는 내 마음에 감겨들어왔다.
그래서 나도
흉내 내어 글을 썼다.
마로니에 1994
햇살이 가득한 오후 널따란 광장에는
따사로운 허무가 가득하고
아늑한 지루함이 함께한다.
서로 아는 듯 이야기하는 이도
서로 모르는 듯 스쳐 지나가는 이도 있다.
홀로 앉아 시간을 죽이는 이도 있고
늙은이도 젊은이도 어린 친구도 있다.
이곳 마로니에 공원에는 자판기도 공중전화도 있다.
햇살은 이곳에 무료함을 주었다.
흡사 모두가 죽음을 기다리는 병원의 뜰과 같다.
20대 초반의 나는
앞으로 수없이 많이
남아있는
생의 날들도
부담
이었고
세발자전거의 바퀴(씨클로)처럼 돌고 돌아도 원점인 세상에
반감
이 있었으며
기차의 번호판을 적는(트레인스포팅) 것 같이 하찮은 일을 하며 삶을 허비하는 자신에게
불만
이었다.
하지만
부담, 반감, 불만
등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
아니 그것 때문에
나는
더 괴로웠다.
일상의 지루함은 나의 소중한 것들을
잡아먹었
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삶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하였다.
하늘이
맑은 가을이었다.
내 생명은 그날도 죽음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였다.
노을은 태양을 핏빛 실타래로 만들어
죽어가는
내 눈에 조준한다고 느낀 것도 어느 날과 같았다.
근데 갑자기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소중했던 내 삶이 기억이 났고
쇼펜하우어가 염세주의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의 생각은
"생의 철학
"
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허무를 이야기한다.
불교에서 인생을
苦(
고
: 쓰다. 괴롭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인생의 허무는 전우주에 퍼져있는 수소와 같다.
그 어느 곳에도 허무는 퍼져있고 스며들어있다.
전우주가 수소이지만 지구라는 작은 점에 우리가 존재하듯
인생
은
온통
허무하
지만 재미나고 화나고 슬프고 즐거운 이벤트가 존재한다.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평가하는 것이 가치관
이고
삶을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다.
이것이 20대 초반에
정립한 나만의 개똥철학이다.
나는 이것을 젊은 친구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근데 막연해서 힘든 그때에 필요한 방패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알려주고 싶다.
내 개똥철학은 영화
,
연극
등의 취미에서
만들어졌
다.
하지만
현재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달리기이다.
사실
지금은
머리가 복잡하면 뛰면 해결된다.
쉽게 찾을 수는 없겠지만
자신을 지키는 개똥철학이든
자신을 성장시키는 취미든
막연한 삶을 이겨내는 무언가는 필요하다.
그래야지
허무라는 캔버스에 자기만에 이쁜 그림 하나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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