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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ㅈㅊ Dec 27. 2020

엿 날리는 반씨

[기울임] 뱅크시(Banksy)

[어떤 의미로든 세상과 다른 쪽으로 기운 이들이 있습니다. 삐딱함에 귀 기울이고 슬쩍 말을 건네봅니다.]


오래도록 정체를 알고 싶었던 이들이 둘 있습니다. 제 머리를 때렸던 이들이죠. 하나는 초등학교 2학년 방과후에 제 뒤에 있던 녀석. 저의 뒷통수를 치고는 '쌩' 도망갔습니다. 후보로 몇몇 추리기까진 성공했습니다. 김씨, 강씨, 박씨, 이씨 중에 있습니다. 분해서 지금껏 마음에 품고 있었죠. 그가 장수할 수 있도록 매일 돕고 있습니다. 네, 틈날 때마다 속으로 그를 욕하고 있죠. 열렬한 그의 안티팬입니다.


뱅크시 인스타그램 프로필 /@banksy


다른 하나는 뱅크시입니다. 그는 ‘얼굴 없는 화가’입니다. 그의 놀라운 발상에 반해 그를 마음에 품어 왔죠. 뱅크시는 생각지도 못한 표현으로 제 머리를 수차례 쳤습니다. '띵'하게 울릴 정도로요. 경외감 비슷한 감정도 들었습니다. 그를 부단히 좇았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저를 포함해 누구도 그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는 지금껏 자신의 실제 모습을 노출한 적 없었죠.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은 그래피티를 할 수 없다. 그 둘은 양립 불가능한 요소"란 이유 때문입니다. 그가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그저 검은색(#000000)으로만 해둔 것도 이런 맥락이죠. 게다가 자기가 누구인지를 소개해야 할 설명란에 그는 자기가 누구는 아니라고 적어뒀습니다.(not ~, not ~) 자신을 홍보하고 적극 드러내는 현 시대에 비켜 선 뱅크시를, 정확히는, 뱅크시라 불리는 이를 전 좋아합니다.


/Banksy Wall and Piece


그는 무척 담대합니다. 영국 최대 국립공공 박물관인 대영박물관에 잠입해서 자기 작품을 몰래 진열했죠. 소를 사냥하고 쇼핑하는 원시인이 그려진 돌이었습니다. 예술을 분별있게 바라보지 않는 세태를 꼬집는 행위였죠, 평론가들은 "기존 예술이나 사회 권위를 비판하는 제도비판 예술"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폭풍간Zl' 입니다.


뱅크시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거대 자본이나 권력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담벼락에 낙서처럼 그리는 그라피티가 그의 특기죠. 평론가들은 '그의 벽화가 시대적 사안에 대해 논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고 평했습니다. 그의 남다른 행위도 주목받았습니다. 자신의 그림이 경매에서 낙찰되자 원격으로 그림을 파쇄시켰습니다. 이날 뱅크시는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역시 창조적인 욕구다"(The urge to destroy is also a creative urge)라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했죠. 그는 즐거움과 놀람을 줄 더 많은 ‘나체 질주자(streaker)’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Cut it out', 2004)


세상은 그의 기발함과 은밀함에 주목하고 높은 작품 가치를 부여합니다. 올해 12월 공개된 ‘에취!!(Aachoo!!)’가 그려진 벽화가 대표적인 사례죠. 뱅크시 작품이 있다는 이유로 집값이 6억에서 72억으로 ‘훌쩍’ 뛰었습니다. 벽화가 생기기 전 평균 집값은 40만 파운드(약 5억8000만원)였죠. 뱅크시의 벽화가 그려진 해당 주택은 현재 매각됐으며 판매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한 미술 중개인은 작품 가치를 500만 파운드(약 72억2000만원)로 추정했죠.

Aachoo!! /Banksy


그는 세상의 주목을 세상을 바꾸는 데 쓰기도 합니다. 뱅크시는 북아프리카를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구하기 위한 배에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구호선 선박 겉면에는 구명조끼를 입은 소녀가 하트 모양의 안전 부표를 손으로 잡고 있는 그림이 있었죠. 뱅크시가 그린 그림입니다. 지난 5월 그는 영국 의료진을 위로하기 위해 신작을 병원 건물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뱅크시가 'Game Changer'(게임 체인저)로 명명한 작품은 멜빵 바지를 입은 소년이 슈퍼 히어로 망토를 입은 여자 간호사 장난감을 들고 노는 모습을 담고 있죠.

뱅크시가 그려넣은 난민 구조 선박의 겉면과  뱅크시의 'Game Changer'


뱅크시가 계속 제 머리를 '띵'하고 쳤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과 묵직한 메시지에서 생각거리를 얻거든요. 일각에선 그림을 그려 시설물을 훼손하는  엄연히 불법이라며 그를 나무라기도 합니다(#Fuxx Banksy). 그렇다면 저희 집으로 오세요, 뱅크시씨(정확히는, 뱅크시로 추정되는 ).  공간에선 자유롭게 무엇이든 하셔도 됩니다. 비록 월세 살이지만, 제가 집주인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 뭐라고 소개할 거냐고요? . 'Ban***'이니까 ''씨라고 해두죠, . 어차피 얼굴도 없으시니. (? 리를 진짜 맞아보고 싶냐고요? 그건 곤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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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제가 재택근무하는 걸 싫어해요.(My wife hates it when I work from home.)"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있었던 올해 4월 작품 /뱅크시 인스타그램


“진행중, 진행중, 진행완료(Going, going, gone)”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 . /뱅크시 인스타그램


뱅크시, 의회의 위임(Devolved Parliament)
한 소녀가 새총으로 공중에 붉은 꽃과 잎을 쏘는 그림. 해당 그림은 발렌타인 데이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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