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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ㅈㅊ Jul 28. 2020

은하수를 여행하는 한국인을 위한 안내서

생각

 아랍에미리트(UAE)가 며칠 전에 중동지역 국가 중 처음으로 화성탐사선을 발사했다. UAE는 이로써 미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와 인도에 이어 화성에 우주탐사선을 보낸 다섯 번째 나라로 이름을 올렸다. UAE 우주청 등은 아랍어로 ‘희망’을 뜻하는 ‘아말(Al Amal) 화성탐사선’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 한국 항공우주연구원은 2333억 원을 들여 2022년에 달 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달나라 부동산> 전시, 강우혁 작가

 내겐 1200평 땅이 있다. 축구장만 한 크기의 땅이 내 소유다. 해당 위치가 상세히 적힌 땅문서가 내 집에 있다. 보안상 내 서랍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는 정도만. 부모님께도 이 보물이 정확히 어딨는진 말씀드리지 않았다. 땅 위치가 좋다는 입소문이 났는지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등 전 대통령을 비롯한 스티븐 스필버그 등과 같은 유명인사들도 근처에 있는 땅을 사들였다. 주소상 그들과 난 이웃인 셈이다.


 돈을 주고 땅을 샀지만 당장 그곳에서 집 짓고 살 순 없었다. 너무 먼 탓에 그곳에 닿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내 땅은 달에 있다. 3만 원이란 말에 혹해 해당 정보를 접한 당일 곧장 거래했다. 물론 해당 거래가 법적 효력이 있을 거라 굳게 믿고 구매한 건 아니었다. 이런 거래가 여러 명과 여러 차례 이뤄지는 게 재밌었다. 해당 사업자는 달, 화성, 금성, 수성에 목성의 위성 땅까지 팔아 70억 원 정도를 벌었다고 한다. 실제로 땅을 산 사람들에겐 등기부에 해당하는 양도증명서와 땅의 위치를 표시한 지적도를 줬다.


달 토지 지적도, <달나라 부동산> 전시

 적은 돈을 주고 꿈을 사려했다. 말도 안 되는 거래란 걸 알면서도 사는 건 말론 표현 안 되는 우주의 신비로움 때문이었다. 물론 우주를 체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우주에 가는 것이다. 나 역시 꽁돈으로 날릴 바에 돈을 차곡차곡 모아 달에 갈까도 고민했었다. 계산해 봤다. 3년 전 당시 달에 가는 데 드는 비용이 최소 1억 달러 이상, 우리 돈으로 1074억 원 넘었다. 6명이 함께 이용할 경우 1인당 약 180억 원을 부담해야 했다. 여행을 떠나기엔 수중에 있는 예산이 한참 부족했다.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단돈 3만 원에 땅을 산 걸로 만족했었다.


 이젠 현실적인 이유로 샀던 땅을 되팔까 고민 중이다. 우주여행 가격이 꽤 저렴해질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민간기업 스페이스 X는 며칠 전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렸다. 그들이 추진할 다음 사업은 화성 탐사라고 한다. 한 우주 스타트업 회사는 내후년에 우주호텔을 개장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들에 따르면, 우주여행에 우리 돈 2억 원이 들 것이라 예상된다. 비싸긴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할 정도로 천문학적인 액수는 아니었다.


<달나라 부동산> 전시, 강우혁 작가

 판 돈으로 한국부터 떠야 할 것 같다. 달로 떠나기 위해선 한국 땅부터 떠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선 우주여행 상품화는커녕 우주 탐사부터도 이뤄내지 못했다. 우주산업 선도 국가에 비해 예산이 적은 데도 원인이 있지만, 행정부와 연구기관이 우주산업 연구역량을 사적 이익에 유용한 데 큰 원인이 있다. 15년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연구에 감사원의 정치적 입김이 닿았다. 감사원은 수리온 개발 과정에 대해 무리하게 감사를 벌였다. 수사를 의뢰받은 검찰은 16년 말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17년 10월 법원도 감사원의 수리온 개발 원가 감사가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렸다.


 연구 기관 역시 사적 이익에 관심을 뒀다. 국책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17년 채용비리, 18년 경영 비리 혐의로 진통을 겪었다.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 사업을 운영했단 건 말뿐. 이들은 본인이 밟고 있는 땅을 굳건히 하는 데 자금과 집행력을 유용했다. 이들의 행동 탓에 성실하고 명석했던 연구원들과 이들이 쌓아온 뛰어난 연구성과가 애꿎게도 오염됐다.


 씁쓰름하게도 한국에서 내 소비는 합리적이었고 가치 있었다. 달 토지 문서가 쓰임을 잃고 누렇게 바래길, 내 보물이 가치를 잃길 기다린다. 쓸데없는 달 토지를 왜 샀냐며 등짝을 때리는 엄마와 어릴 때 헛짓하는 게 차라리 낫다며 거드는 아빠, 이럴 때 아니면 이 정도 땅을 언제 사보겠냐며 항변하는 나. 웃픈 한 장면이 지구에서, 한국에서도 바뀌길.



아폴로 우주인들이 달 착륙 후 표면을 걷는 영상, NASA 제공

<참고기사>

1. 끝없는 방산비리... 또 1천 억대 혈세 낭비

2. [단독] 우주관측 큰소리친 항우연… 위성부품 90% 이상 ‘함량 미달’

3. '감사 참사'에 모르쇠... 감사원의 정찰 위성 감사는?

4. 스페이스 X 첫발 딛는 우주는 신산업 플랫폼..."우주 상업화 기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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