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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ㅈㅊ Jul 24. 2020

별 헤는 밤

느낌


별은 하늘의 꽃이다.

- 빈센트 반 고흐


 어릴 적 별을 보면 충격을 받았습니다. 별이 아름답기 때문이란 낭만적인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항상 하늘에 별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둑해지기만 하면 노랗게 빛을 발하는 게 신비로웠습니다. 혹시 제 눈치 보며 있는 건 아닐까 싶어 고개는 수평으로 둔 채 눈만 하늘로 치켜뜨곤 했습니다. 별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상하좌우 위치만 바뀔 뿐 점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힘들고 지쳐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할 때도 언제든 별은 묵묵히 위에 있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별을 찾았습니다. 별을 찾은 이유는 '항상 하늘에 있다'는 의미를 수사로 활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증명하려 별을 썼습니다. 별처럼 항상 따라다니겠다는 식이었습니다. 갖가지 별에 관련한 설화와 신화를 덧붙이며 서사도 더했습니다. 하늘에 있는 별만큼 널 좋아한단 표현은 개수를 완벽히 다 세고서 써먹을 생각입니다.


 중학교 무렵 한 사건 이후론 별을 찾지 않게 됐습니다. 수업 시간에 문제를 풀지 않고 딴짓을 한 적 있습니다. 짝꿍과 함께 책에 낙서를 하며 놀았습니다. 전 별을 그렸습니다. 그걸 본 선생님이, 별 보게 해 줄까, 주먹 쥐곤 제 근처에서 속삭였습니다. 별을 보면 충격을 받는 게 아니라 외부 충격으로 별을 보게 해 주겠단 의미였습니다.


 전 곧장 매무새를 갖추고 얌전히 시선을 문제로 돌렸습니다. 맞을까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별이 하늘이 아니라 제 눈에 있다는 게 의문스럽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 짝꿍은 그림 그리기에 열중한 나머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웃으며 아이의 이마에 손을 댔습니다. 놀란 짝꿍은 움찔했습니다. 그의 얼굴 표정과 손 동작이 굳었습니다. 마이더스가 손 대면 딱딱한 금으로 변하듯 말이죠. 이후로도 선생님은 학생이 부동자세로 있도록 몸 근처로 손을 가까이 댔습니다. 잘못을 바로잡고자 손댄 것이고 살짝 경고를 준 것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어찌 됐든 한 사람의 접촉이 다른 사람을 경직되게 만들었던 장면은 제 머릿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이 경험에 고등학교 기억이 더해졌습니다. 한 친구가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와 떠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웃으며 교탁 앞으로 불렀습니다. 친구는 앞으로 나갔습니다. 선생님은 웃으며 정강이를 수차례 걷어찼습니다. 곧 친구는 앞으로 고꾸라졌습니다. 선생님은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라며 잡담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그 친구는 별을 봤다고 애써 웃으며 말했습니다. 본인이 떠든 게 마음에 걸렸는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요.


 그때 전 가만히 있었습니다. 잘못한 만큼 혼나야 한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보다 더 솔직히 말하면 괜히 제가 끼어 별을 볼까 두려웠습니다. 그러니 잘못하지 않은 전 계속 잘못하지 않으면 된다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그 친구가 다음날, 또 다다음날 선생님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또 걷어찼습니다. 학생은 다시 앞으로 굽었습니다. 선생님은 요즘 학교가 학교답지 않다며, 선생이 바로 서야 교육이 곧게 이뤄진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별을 만들었습니다. 교실을 수놓은 별이 반짝였습니다.


 별은 가정에서도 만들어졌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경찰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총 4만 9270건입니다. 매일 평균 135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셈입니다. 이 가운데 2만 4604건은 실제 학대 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76.9%가 피해 아동의 부모였습니다. 교육·보육 종사자, 부모의 동거인 등 대리 양육자도 15.9%로 뒤를 이었습니다. 아동학대 10건 중 9건 이상은 아이를 양육하고 보호하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 셈입니다.


 어른들이 만든 별을 헤는 밤, 전 그 별들이 두렵습니다.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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