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ㄱㅈㅊ Aug 12. 2020

거울 너머

창작

기쁨은 흐릿하게 오고 슬픔은 명랑하게 온다.

거울!

말 없이

보여줄 뿐.

낯설어 하긴;

그냥 있는 그대로

두 눈으로 바라보면 돼

내 눈 너머 보이는 저 아이

쟨 얌전히 웃다 우는 사람이야.

사람은 누구나 무엇인가를 바라고

바란 게 이뤄지면 흐뭇해야 마땅한데

살그머니 웃더니 희미하게만 흡족해하네?

바라지 않았던 일 겪고 애달파 허덕거리다가

어느새 흐린 데 없이 환하고 산뜻하게 울먹이더라

가끔 눈 감을 테니 단정한 네 눈물 가랑가랑 맺으렴



나는 춤추는 중 / 허수경


기쁨은 흐릿하게 오고

슬픔은 명랑하게 온다


바람의 혀가 투명한 빛 속에

산다, 산다, 산다, 할 때


나 혼자 노는 날

나의 머리칼과 숨이

온 담장을 허물면서 세계에 다가왔다


나는 춤추는 중

얼굴을 어느 낯선 들판의 어깨에 기대고

낯선 별에 유괴당한 것처럼


- 허수경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201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