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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주 Jun 09. 2016

애국이 정해져 있는 우리나라

2016. 6. 9 와이파이 칼럼쓰기

<애국이 정해져 있는 우리나라>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현충일과 6.10 민주항쟁과 한국전쟁발발일이 공교롭게 함께 있는 30일의 시간이다. 아침에 페이스북을 통해 10시 정각의 사이렌을 들으면서, 오후에 6월 달력을 보면서, 저녁에 KBS에서 방영한 <연평해전> 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질문들, ‘애국이란 무엇일까?’


초등학생 때 나에게 애국은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보았다. 매년 6월이 되면 교문 앞 게시판에 ‘호국보훈의 달, 6월’ 이라는 큰 글씨가 있는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호국보훈’이라는 어려운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면서 게시판을 지나갔다. (1학년 때는 아주 무서운 호랑이를 떠올리기도 했던 것 같다.) 호국보훈이 무엇인지 몰랐던 초1인 나에게 어느 날, 선생님은 우리한테 태극기, 무궁화를 그려보자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흰 종이를 나눠주시면서 태극기나 무궁화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그려보라고 하셨다. 교실 칠판 위에 항상 걸려있는 태극기를 보고, 태극의 물결 방향이 틀리지 않게 조심조심 흰 종이를 채웠다. 내 짝은 무궁화를 그렸는데, 아주 디테일하게 잘 그려서 나중에 무궁화 그리기 대회에 출품하기도 했던 것 같다. 다른 날에는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완벽하게 쓰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은 다 채우면 칭찬 도장을 찍어주신다고 하셨고, 나는 열심히 외워 적었다. (그 덕분에 지금도 애국가를 완창할 수 있는 것 같다.)
초등학생인 나에게 애국은 이러했다. 올바르게 색칠하거나 애국가를 완벽하게 다 적거나, 무궁화를 잘 그리는 것이 칭찬 받는 일이고, 더 나아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이라고 암묵적으로 학습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애국은 애국가를 외워서 쓰고, 태극기를 그리면서 스스로가 애국자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게 증명해야 하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애국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매주 월요일이 되면 교실 왼쪽 천장에 달린 TV에서 태극기가 나왔고, 우리는 그 태극기를 향해 서서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을 했다. 그나마 조회 때 귀찮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친구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그 때 당시 나의 적극적인 애국활동이 아니었나 싶다. 솔직하게 생각해보면, 일으켜 세울 때 마다 왠지 모를 경건함과 뿌듯함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번씩 조회 시간에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에는 우리 군이 북한군의 공격으로 인해 피를 흘리는 모습, 총탄 소리로 얼룩진 현장을 재현하는 모습이 나오고 끝부분에 태극기가 펄럭이면서 군인들이 웃는 모습이 나왔다. 영상은 매년 6월이 되면 빠짐없이 보여주었다.


그렇게 자그마치 9년 동안 나는 애국을 학습해왔다. 때에 따라 내가 애국을 생각하면서 어떤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애국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다. 특히 뉴스를 볼 때 이 의문은 더 짙어진다.
각종 탈세의혹과 비리가 판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또는 이윤을 더 많이 챙기기 위해 일삼는 편법과 불법이 용인되는 우리나라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애국심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자칭 애국단체라고 부르는 몇몇 단체가 하는 행동만이 애국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 그리고 애국가를 완창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말하는 국무총리.
 
정말 애국은 이러한 것일까? 호국영령들이 생각하는 애국도 이러한 것이었을까?
9년 간 학습되어온 애국만이 애국이 되는 우리나라, 그래서 나는 더 혼란스럽다.



언론동아리 '와이파이'에서 쓰다.
http://harooo.com/whypi/news.php?id=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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