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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주 Aug 02. 2018

단골공장, 좋은 물건과 삶을 만날 수 있는 곳

The Table Setter가 만난 사람들 : Ep. 5 <단골공장>

‘단골’도 알고, ‘공장’도 알겠는데 ‘단골공장’은 뭐지? 2017년 초여름, 페이스북에서 ‘단골공장’ 페이지를 보았을 때 들었던 물음이다. 아마 단골공장을 처음 안 사람들은 비슷한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까. 단골공장은 “공장과 소비자를 잇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좋은 공장과 제품을 엄선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곳이다. 이름 만큼 이 곳의 역할도 재밌고 유니크해서 ‘마니아’, 즉 ‘단골손님’들도 있다. The Table Setter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유통 문제를 독특하고 재미있게 해결하고 있는 <단골공장>과 함께 일을 하고 싶었다.


그 해, 개포동에 있는 단골공장 사무실에서 홍한종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워크숍 기획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5월, <유통, 마케팅> 워크숍을 진행했다. 4회에 걸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유통, 마케팅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워크숍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그들을 찾아갔다. 워크숍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도 꼭 알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다시 만나고 싶은 좋은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7월 초에 단골공장 사무실 문을 다시 한번 두드렸다.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홍 : 저는 단골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공장장 홍한종입니다. 서비스 운영과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윤 : 저는 같이 단골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윤지선입니다. (단골공장) 안에서는 ‘모르스’로 활동하고 있고요. (단골공장에서 거래하는) 공장의 이야기를 풀어쓰는 작업을 하다가, 지금은 내부 운영을 담당하고 있고, 마케팅 콘텐츠 퇴고도 제가 합니다. 회계도 담당하고... 그냥 잡다한 일을 모두 담당하고 있어요.(웃음)      


Q. 단골공장을 설립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홍 : 2016년도 즈음에 선배의 사업을 도와주고 있었어요. 동남아시아나 베트남 쪽으로 한국 제품들을 역직구 하는 사업이었어요. 당시 저의 역할은 웹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사업 특성상 한국 제품을 잘 알아두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제조공장에 방문했어요. 방문해서 처음 알게 된 게 있는데, 공장에서 출하되는 상품의 가격이 일반 시중 가격보다 꽤 낮더라고요. 그리고 동일한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서로 다른 브랜드 라벨을 달고,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했고요. 그런 사실이 신기했어요.

그때 공장과 소비자 사이에 유통 단계를 줄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제품 정보도 투명해질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질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My Factory'라는 가제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해보려고 했어요. 말하자면 공산품 직거래 서비스죠. 일단 저희가 자체 브랜드 없이 (기존 브랜드에) 납품하는 공장 10개를 선별해서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어요. 저희 서비스에 입점해달라고요. 그런데 다 거절당했어요. 취지는 좋으나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이유도 있었고, 기존 유통 관계 때문에 시도하지 않겠다는 이유도 있었어요.

포기할까 하다가 베트남 쪽 사업할 때 알았던 섬유유연제 제조공장인 ‘태원산업’ 사장님 얘기가 생각났어요. (사장님이) 공장에서 좋은 성분을 넣은 섬유탈취제를 개발했는데, 팔리지는 않을 것 같아서 공장 사람들끼리 써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그것을 첫 제품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사장님이 저희 취지를 공감해주셔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최소 생산 수량이 1만 개 정도인데, 그것보다 더 적은 1000개만 팔아보기로 생각하고, ‘텀블벅’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사업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5000개를 판매했어요. 사업이 잘 되다 보니 언론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투자자가 나타나기도 했어요. 나중엔 'SOPOONG'에서 투자를 받아서 법인도 설립하고, 웹서비스도 개발했죠. 그렇게 작년(2017년) 5월에 ‘단골공장’이 설립됐어요. 

처음 텀블벅을 통해서 사업을 진행할 때 300-400명 정도의 고객들이 있었는데, 지금 저희 고객이 2000명 정도 되더라고요. 얼마 전에 단골공장 돌잔치를 했을 때 고객들을 직접 만났는데, 알고 보니 텀블벅 때부터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주셨던 분들이 지금 고객으로 쭉 이용해주시고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이 씨앗이 되어서 지금의 단골공장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왼쪽부터 모르스(윤지선 씨)와 공장장(홍한종 씨)


Q. 단골공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기존의 소셜커머스와도 비슷해 보이는데, 단골공장만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 : 우선 (단골공장은) 제조사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소셜커머스는 판만 깔아주고 있어요. 그래서 제조사가 재고 부담도 가져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그 부담을 플랫폼에서 담당한다는 점에서 단골공장이 기존(소셜커머스)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일 큰 차이는 제조사를 강조한다는 것이에요. 사실 제조사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소비자한테도 좋은 것이잖아요. 그런데 소비자는 제조사의 정보를 알기가 어려워요. 그 말인 즉, 이 제품이 좋은지 안 좋은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소비자는 가격이나, 브랜드 이름 아는 것 정도에서 제품을 골라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돼요.

저희는 일단 물건을 잘 만드는 공장을 직접 찾고, 그 공장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기존 소셜커머스처럼 제품의 양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좋은 제품을 선점해서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점도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외부에서 보기엔 규모도 작고, 성장 속도도 더딜 수 있지만요. (웃음)

그리고, (저희는) ‘단골공장’보다 제조사의 이름을 더 강조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브랜드가 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어요. 중간 유통과정에 있는 브랜드 회사가 강조되는 게 아니라, 제조사가 곧 브랜드가 되는 것이죠.    

  

Q. 단골공장을 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윤 : 좋은 공장을 고르는 것만큼 공장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좋은 공장이다”라는 것만 말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바로 구매하지는 않으니까요. 공장에서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정말 다양한데, 공장의 어떤 이야기를 전해야 소비자에게 와 닿을 수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단골공장의 콘텐츠에 대한 고민인 것이죠. 공장의 전문성을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고,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있죠.

어쩌면 공장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전달하는 것이 저희의 큰 고민이기도 하지만, 저희만의 강점이라고 할까, 역량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다른 건, 저희가 (소비자와 생산자) 중간에 껴 있는 ‘애매한’ 위치에 있어요. 완전히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생산자의 편익을 위한 것도 아니다 보니까 애로사항들이 많이 발생해요. 그래도 나름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유통 플랫폼들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완전히 개입하거나 빠지기 때문에 생산자의 이야기나 소비자의 이야기 모두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에 저희는 애매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공장을 발굴할 수 있는 것이고, 공장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고, 소비자에게 (단골공장이라는)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공장의 좋은 물건을 소개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홍 : 사실 제조사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저희 이름은 최대한 빠지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유통 플랫폼이 많지 않아요. 대부분 유통 브랜드 이름을 강조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조사 사장님들은 저희 방식을 의아해하세요. 가끔은 저희 이름 좀 더 강조하라고 조언도 들어요. (웃음) 그래도 저희는 지금 방식을 고수하고 싶어요. 물론 저희와 같은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거의 없어요. 처음 단골공장 서비스를 개설할 때도 저희와 비슷한 사례가 없어서 당황했거든요. 그래서 모험적인 요소들이 많아요.

  


Q. 그렇다면 다른 유통 플랫폼보다 이익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홍 : 일단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윤이 난다는 것인데, 저희는 과다한 이윤을 거두는 사업모델을 지양한다는 것일 뿐이에요. 중간 수수료를 높이지 않고, 더 많은 소비자들이 저희 플랫폼을 이용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방식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쉽게 말해서 ‘박리다매’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윤 : 저희가 유통하는 제품들은 거의 생필품이거든요. 저희가 유통하는 제품들의 질이 좋으면 그만큼 재구매율이 높은 상품들이에요. 이러한 점도 이윤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소비자 의식이 높다고 생각해요. 소위 ‘브랜드 값’의 문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정말 브랜드 값을 줄 만큼의 가치가 있나?’ 하는 합리적인 질문들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 그 질문에서 저희 또한 자유롭지 못하죠. 단골공장을 이용해주시는 분들도 결국 저희의 중간 수수료가 적절한지 따져보시고 이용해주시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단골공장을 이용해주시는 것은 저희에게 굿 사인인 것이죠.     


Q. 앞으로의 단골공장은 어떻게 운영될 계획인가요?

     

홍 : 우선, 매달 2-3 곳 정도 새로운 공장을 소개해드리는 게 목표예요. 지금까지 20여 개의 공장을 소개해드렸는데, 올해 안에 15개의 공장을 추가로 찾아서 총 35개의 공장을 단골손님들께 소개해드리는 것이 1차 목표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단골공장의 색깔,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려고 해요. 그동안은 생산자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것 같아서 앞으로는 소비자에게 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윤 : 저희의 사업이 유통 구조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되다 보니까 생산자의 입장에서 고민을 해왔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소비자의 편익을 더 많이 제공해드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라고 생각하고 운영 방식을 개선하려고 해요. 구체적으로는 결제 방식이나 사이트 UI 같은 요소들을 개선하려고 합니다.      


Q. 벌써 마지막 질문입니다. The Table Setter와 함께 유통 마케팅 워크숍을 한 달간 진행해주셨는데요. 소회가 어떠신가요?     


홍 : 저는 이번 워크숍이 저희가 주로 만나는 사람들과는 다른 연령층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워크숍을 하기 전에) 청소년은 ‘합리적 소비’나 ‘유통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워크숍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위 문제에 대해) 관심도 많고, 이해하는 폭도 깊었어요. 그래서 정말 놀라웠습니다.      

윤 : 미래에 고객이 될 청소년들이 유통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희망적으로 느꼈어요.

제일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유통 과정을 다루는 시간에 저희가 “유통은 나쁜 걸까요?”라는 질문을 던졌잖아요. 그때 청소년들이 “아니다”라고 답했어요. 유통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방증이거든요. 자칫 흑백 논리로 빠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유통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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